사회 사회일반

"물가 올라도 하숙비 인상 꿈도 못 꿔요"

대학가 주변 전통 하숙집 주인들의 속앓이<br>학생들 원룸·오피스텔 선호따라<br>5년째 동결해도 방은 텅텅 비어<br>원룸형 하숙으로 업종 변경 다반사



갈비 굽던 하숙집 아줌마의 하소연
"물가 올라도 하숙비 인상 꿈도 못 꿔요"대학가 주변 전통 하숙집 주인들의 속앓이학생들 원룸·오피스텔 선호따라5년째 동결해도 방은 텅텅 비어원룸형 하숙으로 업종 변경 다반사

나윤석기자 nagija@sed.co.kr
조민규기자 cmk25@sed.co.kr
김민정기자 jeong@sed.co.kr

























"물가가 아무리 올라도 우리는 하숙비 올릴 꿈도 못 꿔. 5년째 가격을 유지해도 지금 방이 텅텅 비는데 뭐..."

학생들의 원룸 선호 현상이 갈수록 짙어지면서 대학가 주변에서 전통 하숙집을 운영하는 주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물가 상승'과 '학생 눈치'라는 양날의 덫에 끼인 주인들에게 하숙비 올리기는 언감생심이다.

29일 신촌ㆍ대학로ㆍ회기역 등 서울 대학가에 따르면 신학기를 앞두고 하숙이나 자취를 찾는 대학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막상 전통 하숙집의 하숙비는 요지부동인 것으로 나타났다. 길게는 무려 5년째 월세를 동결시킨 하숙집도 있었다. 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 자취를 하는 학생들이 최근 몇 년 새 압도적으로 많아지면서 절반 가량의 방이 텅텅 비어 있는 하숙집이 대부분이었다.

신촌에서 하숙집을 운영하고 있는 오모(70)씨는 "방 크기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5년째 월 47만원 수준을 꼼짝 않고 그대로 두고 있다"며 "그래도 원룸이나 오피스텔로 떠나려는 학생들의 마음을 되돌리기가 너무 힘들다"고 한탄했다.

제자리에서 맴도는 하숙비와 달리 물가는 끊임없이 치솟고 있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12월 28일) 기준 생활물가지수는 109.8로 전년 같은 시점보다 8.1%나 상승했다.


오씨는 "물가가 괜찮을 때는 비싼 갈비도 많이 구워줬는데 요새는 그마저도 못해주고 있다"며 오히려 미안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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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기역 근처의 한 하숙집 주인인 박모(53)씨는 "애호박 하나가 2,000원이나 하고 가스비는 한달에 100만원 가까이 나온다"며 "그런데도 15개 방 중 5~6개는 항상 비어 있으니 3년 전부터 월세를 올리는 것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학생들 선호에 따라 신축 원룸이 지금도 계속해서 등장하고 특히 지난 2008년부터는 많은 하숙집이 자취와 하숙의 중간 형태인 '원룸형 하숙'으로 업종 변경을 하면서 전통적인 방식의 하숙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대학로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는 진모(56)씨는 "사정이 너무 어려워 1년치 하숙비를 선불로 요구하는 일부 주인들의 심정을 십분 이해한다"며 "얼마 안 남은 주변 하숙집들과 담합을 해서라도 월세를 올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학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작년 초에 제대를 하고 1년 간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은 뒤 오는 3월 복학을 앞두고 있는 정성진(25)씨는 "몇 년 사이에 하숙집 수가 확연히 줄었다는 사실에 한번 놀랐고 힘들게 구한 하숙집 월세가 군대 가기 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에 또 놀랐다"며 "등록금과 생활비를 홀로 감당해야 되는 나 같은 학생에게는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신촌에서 하숙을 하고 있는 양현정(24)씨도 "깨끗한 원룸에서 자취를 하는 게 편하고 좋은 걸 누가 모르겠냐"면서도 "보증금도 없고 월세도 계속 유지가 되니 그나마 하숙집에 눌러 앉아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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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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