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산으로 간 CD금리 담합 조사

한쪽은 담합을 반드시 밝혀내야 하고 한쪽은 담합이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할 운명에 처해버렸다. 이런 구도로 돌아가니 이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왜곡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하고 금융당국이 부인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조사 얘기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공정위는 요새 숨이 막힐듯한 적막감에 둘러싸였다. 공정위의 담합 조사가 이 정도로 전 국민적 관심을 받은 전례가 없다. 관련 공무원들의 부담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단순히 사건의 영향력 때문만은 아니다. 실체가 있느냐, 없느냐의 공방을 넘어 금융당국과 공정위의 싸움으로까지 번졌다. 이들 부처는 언론 보도의 문구 하나하나에 극도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양측의 수장은 물론 차기 정권에서 조직의 운명이 갈릴 것이란 예측까지 나오니 몸이 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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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보는 입장에선 흥미로울 수 있지만 사태 추이가 너무 심상치 않다. 일각에선 담합 조사 과정에 각 부처 고위급들의 정치적 판단이나 조직 보호를 위한 과잉 충성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만약 CD 금리 담합이 사실이 아니라 해도 공정위 입장에서는 이제 와서 발을 빼기가 아주 고약한 상황이 돼버렸다. 금융당국은 반대로 담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막중한 책임과 함께 국민으로부터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설마 공무원이 그럴 리가' 라는 생각은 유아적인 발상이다. 조직의 논리 앞에서 국민을 기만하는 공무원들을 우린 지금까지 수없이 목도해왔다. 이미 물밑에선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각 부처 간의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오랫동안 후배들의 존경을 받아온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이번 사건 조사 과정과 결과 앞에서 부디 떳떳하길 바란다. 담합을 조사하는 공정위도, 금융감독 책임을 맡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어느 때보다 원칙을 지키고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왜곡된 본질이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밝혀져 자신들의 목을 겨누게 될 것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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