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강병남 서울대 교수

물리학 이론으로 재스민혁명 과정 풀어내<br>복잡계 네트워크로 거대집단관계 형성 등 사회현상 이해 가능해져<br>이론 물리학 국내 논문 사이언스지 첫 게재도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5월 수상자인 강병남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연구실 화이트보드에 수식을 적으며 연구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김연하기자

"2010년 튀니지에서 갑자기 재스민 혁명이 일어난 이유가 뭘까요? 복잡계 네트워크의 폭발적 여과전이 모형이 그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ㆍ서울경제신문이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5월 수상자로 선정된 강병남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복잡계 네트워크 분야는 통계물리를 기반으로 탄생된 새로운 연구주제로 이제는 세계적으로 융합학문의 초석이 된 연구분야"라며 "앞으로 물리학의 기존 개념을 확장하는 연구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10년 이상 복잡계 네트워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전이 현상과 진화적 성질을 연구해온 강 교수는 최근 폭발적 여과전이 모형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며 이 모형이 2ㆍ3차원과 같은 유클리디안 공간이나 복잡계 네트워크에서 일으키는 상전이 현상에 숨어 있는 메커니즘을 하나의 통일된 틀에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복잡계 네트워크란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와 같이 복잡하게 얽혀져 있는 네트워크를 뜻한다. 소셜 네트워크도 복잡계 네트워크의 하나다. 폭발적 여과전이 현상이란 억제하는 환경 속에서 거대한 클러스트(집단)가 갑자기 형성되는 현상을 뜻한다. 상전이 현상이란 물질의 상태가 변하는 현상으로 여과전이 현상이 폭발적으로 일어나지 않고 서서히 일어나는 연속 상전이와 여과전이 현상이 서서히 일어나지 않고 갑자기 일어나는 불연속 상전이로 나뉜다. 이를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 적용하면 튀니지 내 국민들의 관계는 복잡계 네트워크로, 갑자기 일어난 재스민 혁명은 폭발적 여과전이 현상과 불연속 상전이로 이해할 수 있다.

그동안 학계는 1ㆍ2차원이 아닌 무한대 차원에서도 불연속 여과 상전이가 가능한지를 두고 논쟁을 벌여왔다. 무한대 차원에서 연속 상전이가 가능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졌었다. 하지만 불연속 여과 전이에 대한 모형은 소개되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2009년 사이언스(Science)지에 무한대 차원에서의 불연속 상전이도 가능함을 주장하는 논문이 실렸다. 하지만 곧 이 논문에 대한 반박과 지지가 수차례 등장하면서 논쟁은 더욱 격렬해졌다. 무한대 차원은 수학적으로 증명이나 정리가 불가능하며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강 교수 연구팀은 연속 상전이와 불연속 상전이가 발생하는 조건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강 교수는 "이 연구 전까지는 마치 장님이 코끼리의 다른 부위를 만지면서 코끼리의 생김새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것처럼 여러 연구가 나왔었다"며 "하지만 이 모형을 이용하니 모든 논쟁들이 깨끗하게 해결됐다"고 밝혔다.


강 교수 연구팀의 모형을 이용하면 특정한 소셜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진화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진화가 연속적으로 일어났는지 혹은 갑자기 폭발적으로 일어났는지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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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처음으로 사이언스지에 논문을 실은 강 교수는 "이론 물리학은 사이언스지에 실리기 쉽지 않은데 정말 영광스럽다"며 "특히 국내 교수를 주 저자로 한 이론 물리학 논문이 사이언스지에 실린 첫 사례가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앞으로 이런 모형이 실제의 빅데이터를 통해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연구할 계획이다.

강 교수는 현재까지 과학인용색인(SCI) 저널에 160여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이 중 복잡계 네트워크 분야에만 10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그중에는 관련 분야 상위 1% 수준에 속하는 논문도 포함돼 있다. 발표 논문 중 20여편 이상이 사이언스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미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등 통계물리학 분야에서 최고 권위 있는 학술지에 게재됐다. 논문 인용 횟수만 3,200회 이상에 달하며 H인덱스도 29(29회 이상 피인용된 논문이 29편임)나 돼 통계물리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강 교수는 2003년 한국과학총연합회 우수논문상에 이어 2004년 한국물리학회 학술상, 2005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연구상을 수상했다.

강 교수의 연구 성과는 최근 사이언스지에 발표됐으며 미국 수학회가 월간으로 발간하는 매스 인 더 미디어(MATH in the MEDIA) 4월호에도 주목 받는 연구결과(feature column)로 소개됐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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