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23일] 공기업 업무공백 부추기는 정부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일이 손에 잡히겠습니까?”(A 공사의 한 직원) “정말 불안해서 미치겠습니다. ‘일은 해서 뭘 하나’라는 생각도 들고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B 공사의 한 직원) 정부가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칼을 빼 들었지만 몇 주가 지나도록 명확한 가이드라인이나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해당 공기업 직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직원들은 고용불안에 떨고 있고 대부분의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지난달 사표를 내고 자리를 비운 상태여서 업무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공기업의 업무 공백을 정부가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공기업 구조조정과 민영화를 진행하면서 공식 입장을 밝힌 적이 없고 문서가 아닌 유선으로 각 공기업에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통합 논의가 진행 중인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경우에도 통합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은 없었고 사무관급 실무자가 전화로 언급한 것이 전부였다. 이 때문에 해당 공기업에서는 각종 루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주공과 토공의 경우 인력 감축이 30~50% 이상이라는 얘기가 떠도는가 하면 주공은 주택분양 사업에서 손을 떼게 될 것이라는 등의 소문이 끊임없이 퍼지고 있다. 주공의 한 직원은 “토공과 중복된 업무 때문에 비효율성이 생긴 것으로 판단해 통합하려 한다면 그것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공식 입장이 무엇인지 얘길 안 해주니 너무 답답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공기업 직원은 정부가 유선으로 통보하는 것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면서 여론을 떠보기 위해 슬쩍 흘리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각 공기업에 유선으로 구조조정 및 민영화에 대한 내용을 알렸던 정부의 한 관계자는 “실무 차원에서 했던 얘기로 (통합 등의) 방향성을 갖고 한 말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공기업 구조조정과 민영화의 목적이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정부는 공식 입장을 갖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지금의 방식은 오히려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