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동차의 올 노사협상이 ‘파국이냐’ ‘조기 타결이냐’의 갈림길에 섰다.
금속노조가 산별 노조의 위상 강화를 위해 현대차의 중앙교섭 참여를 끝까지 고수한다면 협상 장기화는 물론 지부교섭의 파행 사태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면에 산별 중앙교섭과는 별도로 현대차 지부가 회사 측과의 적극적인 지부교섭에 나선다면 임금협상만 진행되는 올 노사협상이 의외로 조기에 마무리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향후 노사 간 협상 진행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29일 오후2시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올 임금협상 상견례를 개최했다. 윤여철 현대차 사장, 정갑득 금속노조위원장, 윤해모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 등 노사 대표 50여명이 참석한 이날 상견례에서 노사 양측은 올 임금협상을 정상적으로 진행하자는 데 원칙적인 합의를 봤다.
그러나 이날 상견례는 회사 측이 “앞으로도 산별 중앙교섭 의제는 다룰 수 없다”는 강경 방침을 밝힌데다 노조 측도 “중앙교섭을 무시한 지부교섭은 의미가 없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 상견례 시작 20여분 만에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다.
현대차 노사가 이날 상견례를 통해 ‘산별 중앙교섭 문제’를 둘러싼 상호 현격한 입장 차를 재확인함으로써 향후 현대차 노사협상은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금속노조 측은 이날 사측이 상견례에 일단 참여했다는 점을 들어 당초 예정된 서울 양재동 본사 앞 상경 투쟁계획은 철회했지만 이날 오후 울산공장에서 ‘임금투쟁 출정식’을 예정대로 가진 뒤 향후 사측의 중앙교섭 참여 여부에 따라 6월 말 파업 일정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여기다 다음달 예정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상고심 재판 때 벌이기로 한 시위계획도 여전히 철회하지 않고 있는 등 산별 중앙교섭 관철을 위해 회사 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의 입장은 여전히 확고한 상태다. 이날 상견례에서 윤 사장은 “금속노조가 요구하는 산별 교섭 의제는 현대차 노사협상의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향후 지부교섭만 진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노사 간 협상 의제를 놓고 대타협이 없는 한 향후 정상적인 협상 진행조차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 현대차 일반 노조원들의 ‘반(反)산별 교섭’ 정서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 노조원들은 최근 노조 홈페이지를 통해 “현대차 노조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당하지 말자”는 분위기를 급속도로 확산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쌈짱’이라는 노조원은 이날 노조 게시판에서 “금속노조가 주장하는 의제를 임협 수준으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금속노조를 탈퇴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하번’이라는 조합원은 “금속노조의 정치판에 놀아나서는 절대 안 된다. 회사도 살고 노조도 사는 임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