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재건축 지연등 악재 겹쳐… "DTI규제 부활땐 침체 길어질듯"

[수도권 주택시장 다시 냉각]


재건축단지 중심 하락세 뚜렷
1,000만~2,000만원 떨어져
실수요 많은 강북도 거래'뚝' 신도시는 지역 따라 차별화
뒤늦게 전세난 찾아온 일산
중소형 중심 매수세 이어져
"이번주에는 개포주공 1단지에서 거래가 단 1건도 없었습니다. 좀 살아나는 듯했던 시장 분위기가 설 이후로 확실히 침체됐습니다."(강남구 개포동 개포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도 아닌데 매수세가 주춤해졌습니다. 중소형 급매물 아니고는 찾는 사람이 없습니다."(노원구 상계동 동양공인) 지난해 말부터 회복조짐을 보이던 수도권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고 있다.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인 강남 재건축 아파트 사업 진척이 더뎌진데다 대출금리 인상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 일몰(이달 말)까지 다가오면서 서울 전역에서 매수세가 확연히 움츠러들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도 일부 지역은 가격이 회복되고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고 있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전한 거래침체 상태다. ◇악재 겹치며 하락세 시작된 강남ㆍ목동ㆍ분당=서울 강남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개포 주공 1단지의 경우 평균적으로 1주일에 5~6건의 거래가 이뤄졌으나 이번주에는 단 1건도 없었다. 개포주공 1단지 50㎡형(이하 공급면적 기준)의 경우 지난달까지 9억4,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최근 시세가 9억2,000만원으로 2,000만원가량 떨어졌다. 개포지구 지구단위계획 변경안 통과가 보류된데다 DTI 규제완화 일몰 등 부동산 시장에 각종 악재가 예고되면서 수요자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탓이다. 채은희 개포부동산 사장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DTI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결국 서울 아파트 거래가 순환이 돼야 재건축 아파트도 팔리는 것이기 때문에 이달 말 규제완화가 종료될 경우 지금과 같은 침체 분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재건축 단지도 사정은 비슷하다.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 1ㆍ2차는 최근 대부분의 주택형이 1,000만~1,500만원씩 떨어졌다. 잠실주공 5단지 119㎡형도 2,000만가량 시세가 하향 조정됐다. 매수세가 살아났던 양천구 목동 일대 부동산 시장도 재건축 연한(40년) 단축이 무산되면서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았다. 목동 신시가지 4단지 66㎡형은 올해 초 지난해 말보다 2,000만원 가까이 오른 4억8,000만~4억9,000만원선까지 거래됐지만 최근 다시 매수세가 사라졌다. 목5동 강산공인 사장은 "재건축 연한 단축 무산에 따른 실망 매물이 당장 나오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금리인상 부담이 큰데 DTI 규제완화까지 연장이 안 되면 앞으로 3~4개월 안에 큰 폭의 하락장이 다시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세난 효과를 톡톡히 누리던 분당 역시 최근 매수세가 끊겼다. 분당 서현동 매일공인 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전세난이 불거지면서 매도자들이 중소형 주택 위주로 1,000만~2,000만원씩 호가를 올려 내놓는 경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다시 거래가 침체되면서 500만~1,000만원 정도 호가가 하향 조정됐다"고 말했다. ◇'이사철 전세난 효과' 끝나고 상승세 주춤해지는 강북, 신도시=실수요가 많은 강북 지역의 경우 아직까지 주택매매 시장은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1~2주 사이에 매수세는 확실히 움츠러드는 모습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까지만 해도 미미하게나마 상승세를 보이던 강북 주요 지역들의 상승세가 멈추거나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봉구ㆍ강서구ㆍ관악구ㆍ영등포구ㆍ용산구ㆍ은평구 등 주요 거점 지역 모두 이번주 한 주간 매매가 변동률이 '0' 상태다. 가격변동이 없다는 것은 거래도 멈춰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원구 상계공인 사장은 "급매물이 나오면 수요자들이 관심을 갖기는 하지만 매도자들이 아주 싼 가격에 내놓으려고 하지도 않아 거래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입주한 강북 뉴타운 지역의 새 아파트들도 가격이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길음뉴타운 래미안 트리베라2단지 110㎡형은 층수가 낮은 매물이 아직도 일반 분양가보다 2,000만원가량 떨어진 가격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인근의 H공인 사장은 "오르지도 않고 내리지도 않는 정체된 시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도시 시장의 경우 지역에 따라 차별화된 모습이다. 강남 하락세의 영향을 받는 분당과는 달리 일산 지역의 경우 그나마 매수세가 살아 있다. 이들 지역은 뒤늦게 전세난이 이어지면서 중소형을 중심으로 거래가 제법 이뤄지는 편이다. 일산 서구 주엽동 행복공인 사장은 "일산 지역에서 66㎡형 이하 소형 아파트 중 전세가 비중이 70% 수준까지 올라온 물량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중대형의 경우 여전히 가격변동이 없고 찾는 사람도 드물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DTI 규제완화 끝나면 하락세 본격화"=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난 1~2주 사이 수도권 주택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지던 '반짝 상승' 랠리가 끝나고 다시 시장의 각종 지표들이 침체 곡선을 그릴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가 인상된 상황에서 이달 말로 DTI 규제완화까지 종료될 경우 시장 하락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전세시장은 철저히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지만 매매시장은 정부의 정책 시그널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DTI 대출규제까지 부활될 경우 주택시장 회복세는 더뎌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정 부동산 114부장은 "DTI 규제가 다시 시작될 경우 심리적인 매매수요 위축이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로 돌아서고 매매시장 위축으로 전세난이 다시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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