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레버리지 비율(자기자본 대비 총자산)'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내년부터 레버리지 비율이 1,100%를 넘을 경우 금융감독당국의 제재를 받기 때문에 미리 이를 줄여놓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증권사의 레버리지 비율을 올리는 주요 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과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의 판매를 줄이는 만큼 하반기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7일 서울경제신문이 올해 2·4분기 실적발표를 마친 KDB대우증권(006800)과 NH투자증권(005940) 등 국내 21곳의 증권사 레버리지 비율을 집계한 결과 평균 787%로 나타났다. 1·4분기 기준 816%에서 29%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증권사별로는 메리츠종금증권(008560)이 3개월 사이 207%포인트로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고 교보증권(030610)(149%포인트), SK증권(138%포인트), 신한금융투자(75%포인트), IBK투자증권(75%포인트) 등의 순으로 줄었다.
특히 지난 1·4분기 레버리지 비율이 1,100%에 육박했던 신한금투(1,060%)와 교보증권(1,020%)은 1,000% 밑으로 낮췄고 1,075%를 기록했던 IBK투자증권도 1,000%로 조정했다. IBK투자증권의 경우 지난달 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하반기에는 800%대 비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메리츠종금과 하이투자증권도 레버리지 비율을 낮추기 위해 각각 5,345억원, 1,2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증권업계는 그동안 엄격한 레버리지 기준으로 영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규제완화를 줄곧 당국에 건의해왔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은 확고하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내년부터 실시할 레버리지 비율 규제를 완화할 계획은 전혀 없다"며 "일시적으로 시장상황이 바뀐다고 감독 기준을 느슨하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레버리지 비율이 1,100%를 넘는 증권사에 대해서는 경영개선 '권고'를, 1,300%를 넘을 경우 임원진 교체와 영업정지 등의 경영개선 '요구' 등 적기 시정조치에 나선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도 자기자본을 확충하거나 ELS와 RP 상품을 줄이는 증권사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당수 증권사들은 역마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RP 발행을 대폭 축소할 예정이다. 신한금투는 RP 발행을 최대 30%까지 낮춘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나대투증권 역시 발행물량을 당초 예정보다 1조원 정도 줄이기로 결정했다. ELS 발행도 줄어들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7월 ELS 발행액은 5조원대로 올해 월간 발행액 중 가장 규모가 작었다.
증권사들이 금융상품 판매 축소에 나섬에 따라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실적이 다소 나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미지 신한금투 연구원은 "2011년 자기자본을 3조원으로 증자시킨 대형사들은 자본여력이 있고 중소형사들은 아예 장외파생상품 라이선스를 보유하지 않아 레버리지 부담이 적은 편"이라며 "증자도 없었고 ELS 발행액이 6~10위 정도의 중대형사들이 상품발행 축소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