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진정성 없는 영수회담

김무성 한나라당,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6일 국회 정상화를 위한 오찬 회동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열어 14일 임시국회 개회와 영수회담 개최 등 회동 결과를 발표할 때만 해도 둘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특히 두 사람은 '명콤비'의 명성을 되찾으려는 듯 9살 아래인 김 원내대표가 손수 운전한 승용차에 동승, 기자회견장에 나타났고 여야 눈높이를 맞추려는 듯 김 원내대표가 다리를 굽혀 키 높이를 동일하게 해 사진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2시간여 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8일 한나라당의 새해 예산안 및 법안 강행 처리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면서 두 사람의 표정은 달라졌다. 당 대표와 청와대가 당사자인 영수회담 문제에 대해 여야 원내대표끼리 언급한 사실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 반대로 당 대표가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사항에 사실상의 거부권을 행사한 것 역시 모양새는 좋지 않다. '단순히 밥만 먹고 돌아갈 수는 없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일리가 있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영수회담이 열렸던 2008년에도 회담 이후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하면서 이후 야당의 존재감 자체가 흐릿해진 사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이명박 대통령이 영수회담 가능성을 열어놓았을 때 "진정성을 갖고 깊이 있는 대화를 하겠다면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건 손 대표다. 청와대도 국회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대통령의 사과나 유감표명을 요구하는 야당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영수회담을 적극 추진할 만큼 급할 게 없다"는 반응엔 영수회담의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청와대가 제1 야당의 대표를 진정한 국정 파트너로 생각한다면 그에 합당한 예우가 필요하다. 야당의 체면을 살려줄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은 야당의 협조가 긴요하다. 당장 전국에 창궐한 구제역을 비롯해 설 밑 물가 대란과 94주 연속 오름세인 전월세 대란 등등 영수회담에서 얘기할 만한 민생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의 이런 속사정에도 영수회담은 조건 없이 조속히 여는 게 필요하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2년5개월 만에 영수회담을 갖는 것 자체로도 얼어붙은 여야 간 대화정치의 물꼬를 튼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그게 화합의 정치, 소통의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