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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의 눈물

어이없는 실격 → 판정 번복 → 마음 고생 끝에 은메달<br>"수영 인생서 이런일처음…롤러코스터 같은 하루"<br>불가능한 번복 뒤집어 스포츠 외교 당당한 승리

"수영을 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

박태환(23∙SK텔레콤∙사진)은 울음을 참으려 애써 미소 지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이없는 실격 판정과 5시간 만의 번복, 그리고 경황없이 나간 결승에서 자신을 앞질러 역영하는 라이벌 쑨양(21∙중국)….


하루 사이 벌어진 어지러운 롤러코스터에서 내려온 박태환은 29일(이하 한국시간) 런던의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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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은메달을 딴 박태환은 "올림픽 은메달도 값진 결과다. 아쉬운 것은 올림픽 2연패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실격 뒤) 숙소에서 기다리면서 답답했다. 그 판정의 영향이 결선에서 나왔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후회는 없다. 같은 아시아권의 쑨양이 우승해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힌 박태환은 "쑨양의 스퍼트를 보면서 쫓아가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결국 졌다. 내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출전 전 종목 결선 진출 실패)에서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온 상황인데 하루에 많은 일이 벌어져서 좀 힘들었다"고 말할 때는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올림픽 2연패는 아쉽게 접었지만 '노 메달'로 돌아설 뻔한 아찔한 실격 순간을 생각하면 은메달도 더없이 값지다. 박태환은 실격 판정을 받은 뒤 5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결선 진출자 명단에 올랐다. 국제수영연맹(FINA)이 판정을 번복하기는 25년 만에 처음이다.

불가능에 가까운 번복을 가능으로 바꾼 것은 박태환 측의 신속하고 긴밀한 대응이었다. 연맹, 박태환을 전문 관리하는 SK텔레콤 전담팀, 마이클 볼(호주) 전담 코치가 즉각 머리를 맞대 실격 판정 뒤 22분 만에 이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제출 시한(30분)을 8분 남긴 시점이었다. 100달러를 내고 제출한 이의 신청은 기각됐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고 FINA 회장∙부회장까지 참석한 제소위원회가 소집됐다. 안종택 경영대표팀 감독과 영국 출신인 토드 덩컨 코치는 박태환의 어깨가 움직인 장면을 두고 고의가 아님을 위원회에 결사적으로 주장했다. 그리고 얼마 뒤 FINA의 최종 판단은 '문제 없음'으로 바뀌었다.

한편 AP통신은 박태환의 실격을 지적한 심판은 중국인이 아닌 캐나다의 빌 호건이라고 29일 보도했다. 수영에서는 출발 전 정지 동작을 기계가 아닌 사람(심판)이 판단한다. AP는 또 FINA 고위 인사의 말을 인용해 당시 심판이 박태환이 아닌 다른 선수의 부정 출발을 발견한 뒤 레인을 착각, 엉뚱하게 박태환을 실격시켰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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