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9월 29일] 선진국 되려면 선진국을 보자

새로운 성장 엔진이니 신성장동력산업이니 하는 말이 많이 나돈다. 급격한 경제성장세도 크게 둔화되고 국민소득도 일인당 2만달러 수준에서 오락가락해 선진국의 문턱에서 주저앉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처해 젊은 피를 수혈하자는 것이다. 엊그제 이명박 대통령 참석하에 열린 신성장동력 보고회에서 나온 얘기를 보면 정부는 ▦에너지ㆍ환경 ▦수송시스템 ▦신 정보기술(IT) ▦융합 신산업 ▦바이오 ▦지식서비스 등 6대 분야 22개 산업을 신성동으로 정해 향후 5년간 약 99조원을 투자 혹은 투자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부가가치 생산액이 올해 116조원에서 5년 뒤에는 253조원, 10년 뒤에는 576조원으로 증가하고 수출은 1,208억달러에서 3,069억달러와 7,954억달러로 각각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5년 뒤 88만개, 10년 뒤 226만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얘기됐다. 환상적이다. 이대로만 되면 선진국으로의 진입은 문제없을 것 같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하는 노파심이 생긴다. 수년 전의 벤처 광풍이 생각난다. 그 많던 벤처기업들이 이제 거의 다 사라졌다. 정부의 벤처지원정책이나 지원자금이 적었던 탓일까. 오히려 과도한 탓에 벤처 정신을 죽였던 것이다. 과거 벤처육성정책의 재판이 될까 걱정된다. 누가 봐도 현 정부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시장경제, 작은 정부 철학에도 맞지 않는다. 작은 정부란 인력을 줄이고 규제를 철폐하는 것뿐만 아니라 역할을 줄이고 돈을 적게 쓰는 것도 중요하다. 정말 신성장이고 유망하다면 가만히 내버려둬도 기업들은 서로 하려고 다툴 것이다. 한상률 국세청장은 한술 더 떠서 며칠 전 경영자총협회포럼 조찬강연에서 “녹색산업 등 신성장동력 관련 기업이 세금 문제에 신경 쓰지 않고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납세라는 신성한 의무에 신경 쓰지 말라고? 눈치껏 탈세하라는 말 같다. 기업들을 경영보다는 신성장동력 업종으로 지정 받는 데 더 매달리게 만들지 않을까 염려된다. 그런데 조금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 보자. 우선 새 피를 수혈하기 전 엔진에 새는 곳이 있는지 먼저 살펴보고 막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있는 것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사오정, 요즘 나이 육십도 청춘이거늘 겨우 사십ㆍ오십으로 한참 일할 일꾼을 퇴장시켜 놀리고 있는 것. 청년실업도 경제의 큰 낭비지만 휴학ㆍ취업재수ㆍ삼수 등 크게 드러나지 않는 낭비, 특히 초ㆍ중ㆍ고등 교육과 고액과외 시키고 대학공부까지 마친 여성인력들에게조차 일을 주지 않는 것 등등 새는 곳이 너무 많다. 엔진에 잔병은 없는가. 한해 자살자가 1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한평생에 50만~60만명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됐다. 자살 근처까지 간 사람은 또 얼마나 더 많을까. 문제는 자살률이 빠르게 증가한다고 한다. 여기에다 교통사고 사망자, 중상자, 암 사망자, 피살자, 난치병자, 교통체증 등등으로 병든지라 사회가 이만큼 돌아가고 있는 것도 힘겨운데 새 엔진을 얹으면 어떻게 될까. 선진국들을 보자. 이웃 일본에서는 칠십ㆍ팔십 먹은 사람들조차 일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선진국 중에서 자살ㆍ교통사고ㆍ교통체증이 우리처럼 심각한 데는 없다. 더욱이 국민들이 월화수목금금금, 새벽부터 밤늦도록 일하는 데가 있는가. 세무조사의 감면 혜택을 받아 초일류가 된 선진국 기업이 있는가. 청렴도 지수가 낮거나 환경 오염이 심한 선진국이 있는가. 이 모든 것이 선진국이라서 가능하니까 빨리 선진국이 되자는 생각을 바꾸자. 이렇게 했으니까 선진국이 된 것이다. 새는 곳, 병든 곳, 잘못된 곳부터 바꾸자. 설령 이러다가 선진국이 안되면 어떤가. 살기만 좋으면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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