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국가 시스템을 개조하자] 교육서 법까지… 초일류 국가, 사람 아닌 시스템이 만든다

■ 왜 필요한가<br>정치·경제 등 사회 전분야서 체계적 매뉴얼 구축 못하면 선진국 진입 물거품 될수도



"그땐 한국이 세계 2위 부자" 하지만…
[국가 시스템을 개조하자] 교육서 법까지… 초일류 국가, 사람 아닌 시스템이 만든다■ 왜 필요한가정치·경제 등 사회 전분야서 체계적 매뉴얼 구축 못하면 선진국 진입 물거품 될수도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일본은 '매뉴얼의 사회'다. 모든 것이 시스템화돼 있다. 2년 전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매뉴얼 신화는 깨졌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된 일본의 성장 배경에는 시스템화돼 있는 국가 체계가 공고히 자리하고 있다. 개개인을 놓고 보면 별로 창의성은 없어 보일 정도로 원칙을 강조하는 사회이지만 기업의 창의성이 세계 최고를 다투는 배경에도 결국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주의의 천국인 듯한 미국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미국 역시 개인보다는 시스템에 의존하는 국가라고 평한다. 법적인 제도서부터 그 안에서 개인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지침도 하나하나 잘 만들어져 있다. 미국에서 주로 생활했던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미국은 시스템이 움직이는 국가다. 기본적인 질서 교육부터 시작해 군대에서 쓰는 '야전 교범'까지 그 예는 무수하다"면서 "다인종 국가의 미국이 세계 최고의 슈퍼파워로서 지위를 굳건히 유지하는 것도 결국 작은 것부터 큰 분야까지 잘 갖춰진 시스템의 힘"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어떨까. 최근 여수산업단지의 폭발사고는 단적으로 한국의 시스템 부재를 보여준다. 불산 누출 등 비슷한 사고가 다른 곳에서 발생했음에도 안전에 대한 교육은 없었다. 사람이 중심일 뿐 시스템이 없었다. 시스템 부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정치에서부터 경제ㆍ법치ㆍ사회 등 모든 분야에 체계화한 매뉴얼이 없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전무(연구본부장)는 "솔직히 우리나라의 시스템 문제를 거론하자면 A4 4~5장 분량은 필요할 것"이라면서 "사람의 중심이 아닌 현재의 상황에 적합한 국가 시스템을 정립해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사회에 대한 전망은 물론 나쁘지는 않다. 골드만삭스는 2009년에 2050년 통일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9만달러를 넘어 미국에 이어 두 번째의 부자 나라가 된다는 보고서를 냈다. 한국은 지난해 6월 후발개도국 가운데 처음으로 '20-50 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에 가입했다. 전세계에서 '20-50클럽' 가입국가는 일본(1987년), 미국(1988년), 프랑스·이탈리아(1990년), 독일(1991년), 영국(1996년) 등 7개 국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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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지금부터다. 전문가들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일 때를 기준으로 국가 시스템 전반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가보다는 민간 섹터의 역할을 강화하고 동시에 시민사회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패할 경우 저성장의 늪은 불가피한 수순이다.

실제로 경제만을 놓고 볼 때 주요 선진국은 초기에는 추격형 모델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지만 1인당 GDP가 일정 수준(평균 1만6,740달러)에 달하면 성장률은 하락했다. 경제는 물론 정치ㆍ사회까지 시스템 전반의 개조에 실패한 탓이다.

기획재정부가 2050년 대한민국의 모습에 대해 지난해 12월 내놓은 두 가지의 시나리오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30년 뒤 한국은 양극화 대응에 실패, 소득의 양극화는 더욱 확대되고 계층격차 고착화로 사회 갈등은 심화돼 사회불안감도 크다. 잠재성장률이 둔화되고 출산율은 떨어지는데 고령화 속도가 빨라져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든다. 통일한국은 이뤘지만 비용부담으로 재정은 악화되고 성장은 더욱 둔화되는 '나쁜 통일'로 귀결됐다. 결국 2050년 한국은 ▲늙고 활력 잃은 경제 ▲대립하는 사회 ▲글로벌경쟁에서 도태돼 버렸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거시경제본부장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선 지금 한국에는 정말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경제는 물론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치와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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