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막바지까지 내년 예산안 처리의 발복을 잡은 것은 4대강 사업이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여야 간 갈등은 초기의 대운하 논쟁에서 벗어나 언제부터인가 수중보와 수심의 문제로 바뀌었다. 수중보의 숫자를 줄이고 수심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던 민주당이 검증기구인 '4대강 국민위원회' 설치를 제안했고 한나라당도 필요성에 동의했다.
출범시기에 이견이 있으므로 4대강 국민위가 제대로 가동할지는 불투명하다. 국민 입장에서 납득하기 힘든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준예산 집행을 코앞에 둔 막판에 와서야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기구를 만들어 사업의 타당성을 따져보자는 것은 아무래도 정치적 제스처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권따라 변하는 '비용편익분석'
엄청난 비용이 드는 국책사업의 타당성 검증을 이제 와 다시 거론하게 된 것은 워낙 여야 간 의견차가 첨예하고 정치권에 상식이 잘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저변에는 정권에 따라 바뀌는 전문가 집단의 이해하기 힘든 '비용편익 분석'방식이 도사리고 있다. 과거 새만금 사업이나 최근 세종시 파급효과 등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파급효과가 달라진 대표적 사례이다.
최근 한국행정연구원은 원안대로 세종시에 9부2처2청을 이전할 경우 20년간 100조원이 넘는 돈이 낭비된다고 발표했다. 반면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4년 당시 재정경제부가 내놓은 보고서의 신행정수도 건설 파급효과는 무려 178조원을 넘었다. 어떻게 이런 차이가 나는지 국민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이전으로 얻을 수 있는 균형발전 효과를 무시했다면 중대한 오류를 범한 것이며 참여정부 보고서가 수도 이전에 따른 '사회적 할인율', 즉 손실을 감안하지 않았다면 역시 엉터리에 지나지 않는다. 투자개방형(영리) 의료병원 도입 여부를 놓고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의 보고서가 정반대의 결론을 보여준 것도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기에 충분한 코미디에 다름없다.
일반적으로 비용편익 분석에는 몇 가지 속임수가 애용된다. '중복 계산'은 동시에 실현될 수 없는 경제적 효과를 모두 편익에 포함시키는 오류다. 토지를 매각할 때 실현되는 경제적 이익과 직접 농사를 짓을 때 발생하는 생산성 향상은 동시에 이뤄질 수 없다.
과거 새만금 사업의 경제성을 분석에서 관개사업의 토지가격 상승효과와 농업생산성 증대가 모두 계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영리의료법인 보고서에도 역시 이해하기 힘든 점이 보인다. 보건산업진흥원은 투자개방형 병원이 도입되면 대도시 집중으로 의사 유출현상이 일어나고 중소병원이 92개나 폐업할 우려가 있다고 예측했다.
연구기관 전망치 달라 혼란가중
그러나 이는 비용편익 분석의 '기준선'개념을 무시한 수치다. 기준선이란 편익과 비용에 영향을 줄 요인들의 예측치다. 몇 년 새 2차 진료기관인 중소병원들의 폐업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KDI 보고서와는 아예 기준선 자체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정치인들은 오래전부터 예측 가능한 정치가 되어야 한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국책사업의 타당성을 놓고 정치적 상황이나 연구기관에 따라 전망치가 다르다면 예측 가능한 정치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여야 간 갈등 해소는 물론 국민적 합의도 쉽게 이루기 힘든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