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KB이사진 임영록 회장에 자진사퇴 권고] '1·2인자 다툼' 신한사태 판박이… 조직 대하는 방식·해법은 큰差

사태 이후 신속하게 퇴진… 신한은행선 신상훈 訴취하

개인다툼으로 격하됐지만 임회장은 조직 끌어들여

신한은 곧바로 특위 구성… CEO 공백 최소화 했지만

KB, 행장추천위도 안열려 "선출 체계 구축 서둘러야"


대한민국 금융산업에 막대한 파장을 몰고 온 KB금융 사태. 시계를 5년 전으로 되돌려보면 판박이와도 같은 사건이 있었다.

바로 신한금융 사태다.


사실 신한 사태와 KB금융 사태는 여러모로 닮았다. 특히 1인자와 2인자 간의 권력다툼이라는 점에서 본질이 똑같다. 신한이 라응찬 전 회장이라는 절대적인 힘을 지니면서 오랜 기간 1인자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임영록 KB 회장보다 훨씬 강한 '파워'를 지니고 있었다지만 결국 상부 지배층에서의 권력다툼과 여기에 기생한 '라인'들 간의 쟁탈전이었다.

본질은 이처럼 두 조직이 같지만 대처 방안은 많이 달랐다.

가장 큰 차이는 조직을 대하는 방식이다.

신한 사태의 당사자였던 라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은 한 달 사이로 자리를 물러났다.

불명예퇴진이었지만 망설임은 없었다. 신 전 사장이 사퇴하자 신한은행은 그에게 제기했던 횡령·배임소송을 취하했다. 그로써 신한 사태는 조직(신한은행)이 빠지게 되고 개인 간 다툼으로 의미가 격하됐다.

반대로 임 회장은 조직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금융 당국이 대놓고 나가라는 신호를 몇 번이나 줬지만 임 회장은 조직을 위해 본인이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개인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는 각오도 덧붙였다.


그러자 금융 당국은 임 회장을 포함해 주전산기 전환사업 핵심 관련자 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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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회장이 조직을 끌어들임으로써 신한 사태 때는 없었던 당국과의 갈등이 추가된 것이다.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도 달랐다. 신한금융에는 라 전 회장이 사퇴하자 곧바로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있었다.

특위는 류시열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최고경영자(CEO)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또 하나의 당사자였던 이백순 행장이 사퇴하자 바로 다음날 서진원 행장이 선임됐다. 한 달 후에는 치기 회장 1차 후보군 26명이 확정됐고 곧 한동우씨가 차기 회장으로 선출됐다.

권력쟁탈전이 조직이 아닌, 개인의 문제로 협소화하면서 신한금융은 이내 전열을 추스를 수 있었고 신한은 지금 압도적으로 실적인 금융권의 1인자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KB금융은 이건호 행장이 사임한 후 아직까지도 행장추천위원회조차 열리지 않았다. CEO 공백이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아직 맞추지 못한 조각이 하나 있다. CEO 승계·육성 프로그램 같은 후속조치다.

신한금융은 신한 사태를 계기로 지배구조 개선, 특히 CEO 선출 과정을 다듬으며 지배구조를 단기간에 안정시켰다. 소방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 한동우 회장은 연임에 성공하며 신한 사태의 상흔을 말끔히 씻어냈다는 평가를 받았고 신한금융을 리딩뱅크로 올려놓았다.

그런 면에서 KB금융그룹에는 아직 기회가 남은 셈이다.

금융지주 고위관계자는 "문제는 같았지만 대처 방안이 다를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조직에 대한 로열티의 정도 차이, 결국 낙하산이 내포하고 있는 한계 때문"이라며 "이번 사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정통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체계적인 CEO 선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직 금융 당국 고위인사는 "KB는 사실 지주회사 체제가 필요 없고 회장이라는 직함도 옥상옥이었다"며 "지금이라도 지배구조 전반에 대해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지주회사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도 분석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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