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기업 최고경영자(CEO) 평가를 1년 단위로 진행할 것을 밝히면서 경영자들이 단기 업적에 치중하며 장기적이고 내실 있는 경영이 저해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리스크 관리와 중장기 경영 및 수익원 모델 발굴이 중요한 성장 원천이 되는 금융 기업들에 단기 실적 위주 경영은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그렇지 않아도 은행장 평가를 자산확대 등에 두고 있는데 1년 단위 평가는 이 같은 무리한 외형 경쟁을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은행들의 과도한 자산확대 경쟁을 줄이기 위해 무엇보다 은행장에 대한 보상 및 재신임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9일 ‘외형경쟁에 따른 리스크와 경영과제’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이 외형 경쟁에 매진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은행장에 대한 보상이 단기 성과 위주로 이뤄지고 있고 재신임 기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임기 만료를 앞뒀을 경우 중장기 과제를 수행할 유인이 극도로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서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국내 은행장의 기본급은 자산에 비례하고 현금보너스 및 스톡옵션 행사 규모는 주주수익률(주가상승률+배당수익률), 순이익, 총자산순이익률(ROA),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에 연동한다”며 “이 같은 보상시스템에서는 은행장들이 외형경쟁에 나서기 쉽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는 대출자산을 급격히 늘리면 당장 BIS 비율이 떨어지더라도 자산이나 순익ㆍROAㆍ주주수익률 등 다른 평가지표들이 모두 개선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반면에 내실 경영을 위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거나 새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작업은 단기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은행장의 재신임이나 보상 기준에 수익률 지표인 순이자마진(NIM)과 비용수익률 등을 포함해야 하고 투자은행(IB) 역량 강화, 해외진출 등 중장기 과제의 진척 상황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