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5월 19일] 美고교생의 피켓 시위

뉴저지주에서 뉴욕 맨해튼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소도시 포트리에서는 얼마 전 포트리 고교생 100여명이 수업도 거부한 채 학교를 뛰쳐나와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곳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크레스킬과 잉글우드 등 뉴저지 북부인 버겐카운티 곳곳에서도 고교생들의 시위가 동시에 벌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마경찰까지 출동했다고 하니 시위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이날 동맹 수업거부와 피켓 시위는 지난 2009년 뉴저지의 공립고교를 졸업한 한 여대생이 페이스북을 통해 주도했다고 한다. 재정난에 처한 뉴저지 주정부가 교사 해고와 방과후 프로그램 폐지 등 공립학교 예산 지원을 대폭 삭감하자 이를 철회하라는 항의 시위였던 것이다. 고교생들은 '선생님이 아닌 크리스티(뉴저지 주지사)를 해고하라(cut Christie, not teachers)'라는 피켓을 들고 "우리의 학교를 구하자(save our schools)"는 구호를 외쳤다. 경기침체로 미국 주정부의 재정난이 이만저만 심각한 것이 아니다. 캘리포니아주는 월가 은행에 차용증을 발행하고 간신히 디폴트 위기를 면했고 올해 예산 대비 110억달러의 세수 부족에 직면한 뉴저지 주정부는 공립학교 방과후 프로그램 예산지원을 전년 대비 70~90%나 삭감했다. 미국 전역에서 교사와 경찰관 해고 소식은 끊이지 않고 있고 공원 폐쇄와 가로등 소등도 예사다. 경찰들은 지역 주민에 한해 어지간하면 눈감아주던 속도 위반에도 곧이곧대로 티켓을 끊는다. 글로벌 위기를 초래한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 뿌리에는 빚 무서운 줄 모르는 미국인의 과소비 풍조와 빚 내기를 조장한 정부의 실패에 있다. 그들은 빚을 내 장만한 집을 담보로 2차 대출을 일으켜 풍요로운 소비 생활을 한껏 즐겼다. 부시 행정부는 달러패권을 믿고 부자 10년 감세정책과 2개의 전쟁으로 나라살림을 거덜 냈다. 부시 행정부 시절의 '골디락스(goldirocks)' 경제는 주택 가격이 영원히 오를 것이라는 소비자의 맹신과 정부가 부추긴 자산버블을 바탕으로 한 사상누각이었음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입증됐다. 뉴저지 고교생들이 물러나라고 한 주지사는 사실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는 지난해 말 선거에서 당선돼 긴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였다. 빚을 내 즐긴 파티의 비용청구서를 늘 다음 세대가 받게 된다는 점은 선생님을 해고하지 말라는 고교생들의 절규에서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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