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자의 의사에 반해 아파트·빌라 등 공동주택의 공용 계단이나 복도에 들어갔다면 주거침입죄로 처벌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동주택에서의 ‘주거’ 개념을 현관 안의 개인적인 공간에서 현관 밖의 공용 부분까지 확대해 평온한 생활을 누릴 권리인 주거권을 강화한 판결로 해석된다.
대법원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26일 동료에게 망을 보도록 하고 빌라 3층에 올라가 현관문을 두드리고 나온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주거침입)로 기소된 진모(45)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가구 주택인 빌라의 대문을 열고 계단으로 올라간 이상 피해자의 주거에 들어간 것으로 봐야 한다”며 “따라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해 대문으로 들어갔다면 주거침입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잠기지 않은 대문을 열고 들어가 현관문을 두드려본 후 다시 내려온 것만으로는 주거의 평온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주거의 범위와 관련해 “다가구용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연립주택·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계단과 복도는 각 가구의 전용 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부분으로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가 있는 ‘사람의 주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주거자가 원하지 않는데도 공용주택의 출입문 앞까지 들어오거나 퇴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법적 처벌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