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의 약 96% 이상이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물질로 이뤄져 있다. 이를 재활용하는 과정이 '핵연료 재처리'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는 천사와 악마의 양면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 재처리를 잘하고 재활용하면 원자력발전 연료비용과 방사성폐기물 양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원자탄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분리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유로 개정 전 한미 원자력협정에서는 재처리가 금지돼 있었다.
재처리 기술은 크게 액체 활용 여부에 따라 '습식 재처리'와 '건식 재처리'로 구분된다. 습식 재처리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지만 핵무기 원료로의 전용 가능성이 크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건식 재처리는 실용적 상업화가 이뤄진 사례가 없다. 그러나 재활용률을 크게 높이고 방사성폐기물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처럼 방사성폐기물 처분에 골치 아파하는 경우 가장 유효한 방법이다.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미국 아이다호국립연구소(INL)와 공동 개발 중이다.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서 핵연료 재처리 방안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 '파이로프로세싱'은 건식 재처리 방법으로 사용후핵연료를 금속물질로 변환시킨 후 이를 고온으로 녹여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의 정련 과정과 유사하게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함께 추출해내는 방법이다. 플루토늄을 따로 분리할 수 있는 일반적인 핵연료 재처리 방법과는 달리 플루토늄을 별도로 분리할 수 없어 핵무기 사용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이번 협정 개정을 통해 허용된 '조사후시험'과 '전해환원'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개발을 위해 필요한 활동으로 꼽힌다. 조사후시험은 사용후핵연료와 같은 방사성 물질의 특성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며 이 과정에서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전해환원은 파이로프로세싱의 전반부 공정으로 산화물 형태의 사용후핵연료에서 스트론튬·세슘처럼 고열을 내는 원소들을 분리해내 금속으로 환원시키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