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환율은 복잡한 방정식이다. 환율만 보고 금리정책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주 한은 금통위가 끝난 뒤 이 총재가 엔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자 시장은 '엔저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는데 이를 부정한 것이다. 이 총재는 특히 "환율을 갖고 금리 변동에 군불을 땐다고 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환율과 기준금리를 연계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국회경제정책포럼에 참석해 "내년 하반기에 미국이 제로금리를 정상화시킬 것이란 게 시장의 예상"이라면서도 "시장은 먼저 움직이므로 여러 상황을 감안한 대비책을 생각해놨다가 그때그때 실기하지 않고 정책을 펴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금리 인상 쪽으로 움직이고 있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인하 쪽인데 어디에 비중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국제금융시장의 앞으로의 상황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것으로 여러 시나리오를 상정해놓고 대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엔화 약세에 대한 경계감도 재차 나타냈다. 이 총재는 "아베노믹스 이후 원화 가치가 엔화에 비해 27%나 절상됐다"며 "우리 제품의 비가격 경쟁력 강화로 아직은 수출이 괜찮지만 일본이 추가 완화책을 실시해 엔화 약세가 지속된다면 그 부정적 영향은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 총재의 발언으로 시장은 기준금리를 환율과 연계해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다. 이 총재는 이를 의식해서인지 "금리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한 방향이 아니다. 환율만 보고 금리정책을 할 수 없다"며 "환율을 갖고 금리 변동에 군불을 땐다고 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의 환율은 복잡한 방정식이 될 것 같다. 어느 한 나라의 정책을 갖고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환율시장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치에도 영향을 받고 일본에도 영향을 받는 등 복합적으로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인데, 상황에 맞게 정책을 쓸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