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사진 완벽성보다 모델과의 교감이 중요"

패션사진 거장 파울로 로베르시 첫 한국 개인전


"폴라로이드로 사진을 찍었는데 손은 빨갛게, 얼굴은 녹색으로 나왔습니다. 실수라 여겼던 그 사진이 지금은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입니다. 와이낫(Why not), 왜 안됩니까? 이런 정신이 내게는 가장 중요한 철학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진의 완벽성이 아니라 피사체인 모델과의 교감, 소통입니다. " 살아있는 세계 3대 패션사진작가로 '엘르' '마리끌레르' '보그'같은 세계적인 잡지와 '크리스찬 디오르' 화장품 광고 등으로 유명한 파울로 로베르시(64ㆍ사진)의 예술론이다. 로베르시는 제일모직이 운영하는 편집매장 '10꼬르소꼬모 서울'이 개관 3주년을 기념해 첫 한국 개인전을 23일 개막했다. 로베르시는 스티븐 마이젤, 피터 린드버그와 함께 세계 3대 사진작가로 불리며 세계적인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 레이 가와쿠보, 로메오 질리를 비롯해 배우 모니카 벨루치, 이자벨 아자니, 니콜 키드만, 송혜교, 김희선 등을 모델로 작업했다. 8Ⅹ10인치 대형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쓰는 것으로 유명한 로베르시는 "현실의 재현이 아니라 새로운 사실의 발견과 재해석을 추구하기에 폴라로이드를 좋아한다"며 "도전정신과 모험이 중요하므로 사진이 현상되는 과정의 색상 변화나 예측하지 못한 결과의 불명확성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로베르시는 폴라로이드가 보존성이 낮고 쉽게 흔들린다는 단점이 있어도 개의치 않는다. 그는 "하늘의 별도 사라지는데 영구 존속이란 불가능에 가깝다"라며 "실수에서도 의미를 발견하고 사라짐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피사체의 외면이 아닌 심연을 찍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상(모델)과의 감정적인 교류가 영감을 낳고 교감과 친밀감이 확장되면 '의상입은 여성의 정물화'에 불과한 사진이 향기와 꿈을 담은 인물화가 되고 때론 자화상이 되어 생명감과 에너지를 내뿜습니다." 치열한 경쟁이 뒤따르는 패션 사진계에 대해 작가는 "패션계를 무척 빠른 속도로 달리는 기차에 비유한다면 패션사진은 가능한 한 앞자리에 탈 수 있어야 하고, 유행을 따르지만 동시에 시공을 초월한 영속성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8일까지. 입장료는 없지만 누드작품도 많기 때문에 미성년자는 관람할 수 없다. (02)301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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