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학원비와 자장면 등 52개 생필품 품목의 가격관리에 나선 것은 행정지도 형식의 불량규제라는 주장이 재계에서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김종석 원장은 11일 ‘규제개혁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법제처 초청강연에 참석, “물가가 불안하고 대통령이 지정해서 말하니까 (정부가) 물가단속이라는 표현은 안 쓰지만 물가감시에 나서고 있다”며 “자장면ㆍ목욕료 등은 정부가 간섭할 법령 등의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가장 대표적인 불량규제는 법령에 근거하지 않고 절차와 규정이 복잡, 모호한 행정지도”라며 “법령을 중심으로 규제를 5,000개에서 2,000개로 줄인다고 한들 체감규제가 많이 달라지겠는가. 규제법정주의를 천명하는데 어디까지나 선언적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대해서도 특정집단에 특혜를 제공해 국민의 경제적 자유와 기회를 제한하는 불량규제라고 규정한 뒤 “수도권을 찍어 누름으로써 반사이익을 보려는 것으로 균형발전이 달성된다고 하더라도 전체 국민적 코스트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이어 기대효과에 비해 사회적 비용이 막대한 정부규제, 규제집행자에게 과다한 재량권을 부여해 비리의 소지를 발생시키는 규제, 규제의 효과적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해 규제 준수율이 낮은 규제, 사실상 사문화된 비현실적 규제를 불량규제의 유형으로 제시했다.
김 원장은 “조리형 자판기의 위생상태가 문제되니까 지자체별로 위생교육 등을 실시하는 규제가 도입됐고 한 사업자가 여러 곳에서 같은 내용의 위생교육을 받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중복규제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혁파와 철폐만이 강조돼 오히려 규제개혁 진의가 왜곡되는 경우가 있다”며 “사설학원 24시간 수업연장 허용 시도가 개혁의 실효성을 상실하게 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규제는 감춰진 세금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규제개혁은 조세부담 완화 효과가 있다”며 “안 지켜지는 규제, 제대로 집행하지 않는 규제는 없는 것보다 더욱 나쁘다. 단속실적이 아니라 규제 준수율을 높여야 하고 세무행정도 사실상 행정규제로서 규제개혁 대상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