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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잘 팔리면 중국서도 잘 팔려" 생각하지만
쇼핑몰 결제시스템만 달라도 中 소비자들 외면
중기 브랜드 파워 쌓기 위해 치열한 학습 필요
'대리상' 통한 제품 판매땐 상장된 업체 고르고
'짝퉁' 피해 안보려면 상표권부터 먼저 등록을
정부선 '정품 인증마크' 만들어 제품 신뢰 높여야
"우리가 이랜드 같은 몇 가지 성공 사례만 보고 많이 착각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특히 중소기업은 더 그렇습니다."
서울경제신문과 한국무역협회가 11일 우리 기업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주최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아직 중국 시장 진출에 성공한 사례는 몇 없다"며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중국 시장에 대한 조사와 연구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많이 이뤄졌지만 실제로 진출한 기업이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과를 내기는 더더욱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이들은 정부가 중국 진출의 '플랫폼'을 만들어주되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치열한 학습과 고민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좌담회에는 김춘식 한국무역협회 무역진흥본부장, 김윤구 CJ오쇼핑 부사장,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수웨이빙 이화백화점 대표, 이종식 판다코리아 대표가 참석했다. 다각도의 의견, 생생한 현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 무역진흥기관과 중국 토종 백화점, 중국 전문 연구소와 최근 주목 받고 있는 홈쇼핑·직구 쇼핑몰 같은 유통업체 관계자로 참가자를 구성했다.
△사회=우선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중국 진출이 현재 어떤 단계인지 큰 틀에서 평가해봐야 할 것 같다.
△김윤구 부사장 =한국 기업인들은 아직도 한국이 중국보다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잘 팔리면 중국에서도 무조건 잘된다는 식이다. 하지만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온라인 쇼핑몰 결제 시스템만 달라도 안 팔린다. 요즘 한국 화장품이 워낙 인기라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등이 선전하고 있지만 손을 꼽아보면 성공한 사례는 몇 없다.
△김춘식 본부장=중국 시장이 넓고 기회도 많지만 진출이 굉장히 어렵다. 특히 중소기업이 백화점 같은 곳에 입점하기 위해서는 유럽의 고급 브랜드와 경쟁해야 한다. 이랜드 같은 몇몇 사례를 중심으로 우리가 너무 자만하는 경향이 강하다. 단순히 현지 상품전시회·상담회에 참가한다고 판로가 열리는 것이 아니다.
△이종식 대표=판다코리아는 한국 상품을 '직구'하고 싶어하는 중국 소비자를 위한 온라인 쇼핑몰이다. 우리 MD들이 하루에만 중소기업 50~100곳 관계자들과 입점 상담을 한다. 그런데 이분들이 '팔아달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팔아야 하느냐'고 물어본다. 상표권 등록이나 통관 절차부터 하나하나 다 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진출의 방법론도, 브랜드 파워도 갖춰지지 않았다.
△사회=지금까지의 성공 사례에서 배울 점은 무엇인가.
△김 부사장=지금 중국 시장은 단순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 아니라 브랜드 마케팅으로 승부해야 한다. 일례로 휴롬 녹즙기가 중국에서 성공한 이유는 좋은 상품을 들고 판로를 잘 개척한 것도 중요했지만 대장금으로 중국에서도 유명한 배우 이영애씨를 내세워 마케팅 활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 시장이 크기 때문에 똑같은 배우라도 중국에서의 개런티가 훨씬 더 비싸다. 하지만 휴롬은 과감히 투자한 덕분에 중국에서만 연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업체로 거듭났다.
△이 대표= 판다코리아가 지금까지 세 번이나 시스템을 뒤엎었다. 처음에 자체 솔루션을 갖고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했는데 이용이 편리하지 않고 어색하다고 중국에서 자꾸 클레임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 개발자를 고용하고 현지 최대 쇼핑몰의 솔루션을 도입했고 나중에는 서버까지 중국으로 이전한 끝에 '중국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 것이 최고'라는 생각을 고수하며 무늬만 중국 쇼핑몰로 만들어놓기보다 철저히 중국 소비자에게 맞춰야 한다.
이와 관련해 CJ의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판다코리아에서 한류 스타인 김수현을 내세워 '김수현 특별상품전'을 진행했는데 이 중 CJ의 '쁘띠첼' 푸딩이 잘 팔리자 CJ가 6개들이 전용 패키지와 김수현 달력을 제작해 단독 공급해줬다. 엄청난 수익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 소비자의 반응을 발 빠르게 이용한 것이다. 이처럼 '왜 중국에서 안 팔리나'를 고민하지 말고 철저히 중국에 맞춰야 한다. 중소기업이 이 부분에서 많이 부족하다.
△수웨이빙 대표=우리 백화점에서는 유명 브랜드를 위주로 취급해왔다. 하지만 7년 전 중소기업 식품·의류·의료기기·화장품 등으로 구성된 '한국생활관'을 마련해 한국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백화점 측의 이익을 낮추더라도 한국의 트렌드를 가장 빨리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까지 운영한 어떤 국가의 전용 판매관 중에서도 한국관의 반응이 제일 좋았다.
△사회=성공 사례에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실패 사례를 연구해 반면교사로 삼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박승찬 소장=지금은 '차이나 3.0'의 시기다. 이제 중국 소비 시장이 열리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현지화 '전략'만 이야기하고 있다. 그보다는 '현지화 경영'이 필요하다. 중국경영연구소에서 조사해봤더니 우리나라가 중국 시장과 관련된 세미나 개최 횟수가 미국·일본보다 월등히 많다. 그런데 연구만 하고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스스로는 도전할 생각을 하지 않고 거대담론에 빠져 있다. 그러다 보니 실질적인 현지화가 이뤄지지 않아 진출 1년 반 만에 사업을 접은 SK 11번가 같은 사례도 있다.
△김 대표='짝퉁'이 상표권 등록까지 선수를 쳐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CJ홈쇼핑이 중국에서 고급 화장품 PB브랜드인 '르페르'를 만들었다. 론칭 초기라 소비자 대부분이 아직 잘 모르지만 이미 중국에서 누군가 상표권을 확보했다. 아직 제품까지 모방해 출시한 것은 아니지만 심지어 모델까지 써서 우리와 거의 유사한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이 중국에서 이름을 알린 후에야 상표권을 등록하면 이미 늦다.
△박 소장=이름만 들으면 아는 브랜드 150개를 조사해봤더니 절반 이상이 중국에 상표권을 이미 빼앗긴 상태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도 못 가는 것이다. 이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좀 더 이슈화할 필요가 있다.
△수웨이빙 대표=외국 기업은 중국에서 보통 '대리상(代理商)'을 통해 제품을 유통하는데 대리상을 잘못 골라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체계적이고 정보력을 갖춘 상장 기업이나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갖춘 기업을 대리상으로 구하는 것은 기본이고 소비자 특성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지역별로 다른 대리상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회=한류를 얼마나 활용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김 대표=중국에서 가장 선호도 높은 원산지가 한국일 것으로 착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한국이 아니라 유럽·미국·일본이다. 다만 드라마와 대중가요 덕분에 한국의 인기가 많이 높아졌고 정부 차원의 더욱 과감하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박 소장='한류의 류(流)'라는 것은 결국 흘러간다는 의미이고 '혐한'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한류에 전적으로 의존할 것이 아니라 한국만의 콘텐츠·스토리가 필요하다.
△수웨이빙 대표=예를 들어 식품만 해도 한국 식품은 서구 제품보다 중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 문화도 비슷해 한국은 장점이 많다. 그래서 앞으로 한국 기업과 손잡고 OEM 제품을 판매할 계획도 있는데 관건은 여전히 '한국만의 특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그렇다면 지금까지 논의된 점을 감안한 정부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 개선할 점이 있다면.
△김 본부장=오늘 무역협회와 KOTRA,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공동으로 개소한 '차이나데스크'가 대표적인데 중소기업이 한중 FTA를 보다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특화된 창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관세사·변호사와 각 수출지원기관 전문가들이 상주하며 무료 상담을 제공한다. 또 24시간 운영되는 '1380 FTA 콜센터'나 'FTA 종합지원센터' 홈페이지에서 각종 수출입 정보와 정책 자료, 최신 뉴스, 연구·조사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또 중국은 비관세장벽이 높은 대표적인 나라인데 이를 위해 산업부와 무역협회를 중심으로 민관합동 '비관세장벽협의회'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중국을 포함한 전세계 비관세장벽 현황 정보를 제공하고 신고도 할 수 있는 '비관세장벽 전문 포털'도 중소기업들이 활발히 이용해주기를 바란다.
△박 소장=앞서 말했듯 중국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브랜드의 싸움'을 벌여야 하는데 정부에 '중국 브랜드 지수'를 만들자고 건의한 바 있다. 예를 들어 맨 먼저 잘 알려진 상장기업 위주로 중국 진출을 지원하고 정부가 온라인 마케팅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분명히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수웨이빙 대표의 이야기처럼 개별 중소기업이 중국을 공략하기는 어렵지만 공동 판매장 등 네트워크를 만들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다.
△이 대표=중국 소비자들은 단순히 가격을 보는 게 아니라 '한국 정품'을 사고 싶어한다. 그래서 지난해 정부에 '정품 인증마크'를 만들어달라고 제안했는데 어렵다는 답변을 받고 결국 국내 최대 인증업체와 함께 직접 만들었다. 중소기업의 힘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김 본부장=확실히 마케팅 분야에서 우리도 정책 과제가 많다. 최근 역직구 관련 건의도 많았고 무역협회에서도 이를 반영해 'K몰24'도 출범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다양한 지원 방안을 개발할 계획이다.
참석자 : 김춘식 한국무역협회 무역진흥본부장, 김윤구 CJ오쇼핑 부사장, 이종식 판다코리아 대표, 수웨이빙(蘇偉兵) 이화백화점 대표,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사회 : 문병도 서울경제신문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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