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초저금리가 계속되는데도 기업들은 왜 선뜻 투자를 하지 않을까. 이 같은 의문을 해결해줄 새로운 조사 결과가 나왔다.
마켓워치는 4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및 다트머스·로체스터대 연구진의 공동조사 보고서를 인용해 저금리가 기업의 투자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반면 이익이나 주가 수준이 투자와 큰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도했다.
MIT 슬론경영대학원의 S P 코타리 부학장이 주도한 이번 연구는 기업의 투자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지난 1952년부터 2010년까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분기별 기업투자 자금흐름 데이터와 이익·주가·변동성·장단기금리 등을 비교했다.
그 결과 저금리가 기업 투자를 촉진하지도 않았으며 반대로 금리가 높다고 해서 기업 투자가 위축되지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금리가 낮으면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이는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외부의 '싼' 자금이 기업의 투자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코타리 부학장은 "연준이 지난 5~6년간 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춰왔음에도 기업들의 자본 지출이 거의 늘지 않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기업 투자를 유도하는 최대 변수로 이익과 주가를 꼽았다. 이익이 1달러 증가할 때마다 그다음 분기에 해당 기업의 투자가 25센트 늘어났다. 5분기 후에는 투자가 약 1달러 확대됐다. 또 주가가 10% 상승하면 이후 18개월 동안 투자가 4.3% 증가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기에 투자가 감소한 것은 여신경색 때문이라기보다 국내총생산(GDP)과 이익 및 주가 하락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경기 사이클상 최고점에서 과잉투자를 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투자가 정점을 찍은 직후 곧바로 기업이익과 주가가 하락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론상으로는 투자가 늘면 이익이 늘고 주가가 올라야 하지만 실제로는 기업의 자본지출이 1달러 늘어나면 3~6개월 후 이익이 70센트가량 하락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본지출과 기업 실적의 '역상관관계'에 대해 코타리 부학장은 "주가와 이익이 늘더라도 적절한 시기에 투자를 줄여야 하는데 이를 못하는 경영진의 비이성적 과열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보고서는 연준 정책입안자들이 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세율이나 규제, 노동정책 개혁 등에 초점을 맞춰 투자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