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소득증빙 어려움 감안 일괄적용서 한발 물러서

'기준내 금융사 자율' 강조불구 실제 자율운용 될지는 미지수<br>소비자 혼선 당분간 지속될듯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을 위주로 한 대출심사체계 개편은 결국 일정한 기준 내에서 금융기관이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집값이 대출 심사의 잣대가 되는 현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대를 얻고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봉급생활자 이외에 다른 계층의 정확한 소득 수준을 측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초 금융감독당국은 집값을 불문하고 모든 차주에 총부채상환비율(DTI) 40%를 적용할 것을 구상했었다. 박대동 금융정책 1국장은 지난 11일 주택담보대출 추가 규제 방안을 발표하면서 “집값이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새로운 심사체계 도입을 강조한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김성화 은행감독국장도 “금융기관의 약탈자적 대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여신심사체계 개편이 시급하다고”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당국의 이런 획일적인 구상은 구체화되기 전에 벽에 부딪혔다. 소득계층의 절반이 넘지만 명확한 소득 수준 증빙이 어려운 차주들에 대해서는 DTI 적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DTI 적용대상을 3억원 이상 담보대출로 완화한다는 것도 이런 문제에서 출발 한 듯 보인다. 금융감독당국은 이밖에 신혼 부부나 직장 초년생, 은퇴를 앞둔 50대 직장인 등에 대해서는 DTI 규제를 더 완화하거나 향후 예상 소득 또는 보유 금융자산에 따라 별도의 대출 한도를 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또 개인사업자 등은 소득세 증빙 외에 은행 예금 등 소득 추정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밖에 “1가구 1주택자의 저가주택 담보대출 등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크지 않은 대출에 대해서는 위험정도에 상응한 심사절차 및 리스크관리 방안을 만들 것”이라며 실수요 피해 방지도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금융감독당국이 예상 가능한 갖가지 예외 조항을 새로운 심사 규정에 포함시킨다 하더라도 주택담보대출의 심사체계가 차주의 소득상환 중심으로 바뀔 경우 터져 나올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이나 부작용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을 수 있다. 감독당국이 도입될 여신심사 모범규준을 금융사가 운용하는 자율 기준임을 강조하는 것도, 또 DTI 적용 대상이 되는 주택의 범위를 좁히고 DTI 상한선도 차등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금융감독당국이 여신심사 모범규준이 각 금융사의 자율 기준임을 강조한다 해도 금융기관이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는 점이다. 감독당국의 설명대로 라면 ‘신중한 주택담보대출 취급 당부’가 ‘주택담보대출 전면 중단’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여신심사 체계가 ‘자율적’으로 운용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어떤 내용을 담고 어떤 형식을 빌리더라도 주택담보대출과 관련된 심사체계 개편은 상당 기간 금융사는 물론 소비자들에게 혼선을 빚게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여신 심사를 담보비율에서 상환능력으로 바꾸는 것은 일종의 ‘실험’”이라며 “감독당국이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인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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