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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보기술(IT) 업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단연코 사물인터넷(IoT)이다. 아직 태동 단계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IoT 서비스가 가전제품과 스마트홈 등 소비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한 산업용 사물인터넷(Industrial IoT·IIoT)을 주목한다. IIoT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 규모가 지난 2012년 200억달러에서 오는 2020년 5,000억달러로 8년 만에 25배나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이 숫자에는 IIoT가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확신과 기대감이 담겨 있다.
몇 가지 사례만 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자동차 제조사인 다임러AG는 '카투고(Car2Go)'라는 렌트카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투고는 차를 빌리기 위해 사무실까지 갈 필요가 없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차가 필요한 날짜와 위치만 입력하면 예약이 끝난다. 지정한 시간과 장소에 배차된 차를 사용하고 정해진 곳에 반납하면 된다. 그러면 다른 이용자도 똑같은 방식으로 예약한 차에 카드를 댄 후 문을 열고 탄다.
프랑스 타이어회사인 미쉐린의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회사는 2013년 IoT 기반의 고객서비스팀을 꾸리고 제품에 IIoT를 접목시켰다. 트럭의 엔진과 타이어 등에 센서를 부착해 타이어의 공기압과 외부온도, 속력, 연료 소모 등을 분석해 회사에 연료 절약 방법을 알려줬다. 전문가가 직접 운전사를 만나 운전법도 알려줬다. 그리고 타이어 주행거리, 즉 수명에 따라 비용을 내도록 했다. 제품을 쓴 만큼 돈을 받았고 고객은 당연히 좋아했다.
이처럼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서비스를 덧붙이면 제품의 가치와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얼마 전까지 불가능했던 서비스들이 가능해진 것은 IoT의 눈부신 발전 때문이다. 제조사가 '제조'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서비스' 차원에서 접근하면 새로운 혁신상품과 서비스가 보인다. 또 제품과 서비스를 함께 팔면 고객과 더 많이, 더 오래 소통하면서 동시에 매출과 신뢰도 쌓인다.
자동차 제조사와 보험사의 협업도 좋은 사례다. 자동차를 만드는 포드는 보험사인 스테이트팜과 손잡고 차에다 커넥티비티 시스템을 장착했다. 이 시스템은 운전자의 운전습관과 차량의 운행거리 등의 정보를 모은다. 보험사는 이 정보를 분석해 모범운전자의 보험료를 최대 40%까지 깎아준다. 고객의 반응이 좋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제조사들이 하드웨어·제품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소프트웨어·서비스 중심의 하이브리드 비즈니스 모델로 옮겨가면서 불황을 뚫을 새로운 아이템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비즈니스 모델은 근본적으로 기존 사업과는 다른 모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드웨어 중심의 고정관념을 벗고 고객의 새로운 측면을 바라보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불황의 어두운 터널 속에서 세상은 마하의 속도로 디지털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자칫 길을 잃고 불황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쉽다.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IIoT에서 생존을 위한 전략을 찾아야 한다. 동시에 IIoT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업의 본질을 냉철히 꿰뚫어봐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가장 적합한 디지털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하이브리드 사업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적인 전략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새롭게 부상하는 IIoT를 활용한 아이템을 발굴하고 시대상황을 꿰뚫는 비전과 리더십으로 신사업을 성공으로 이끌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