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늘어나는 작품을 수용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대학로에 단기간 내 공연장 가뭄이 해소되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표된 공연장 두 곳의 건설이 건축허가 문제로 연기되거나 타당성 조사 여부로 인해 불확실해졌기 때문. 이에 따라 극단들의 대관난은 앞으로도 심각할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연극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서울에서 공연한 작품 수는 모두 377편이다. 작품별 평균 공연 기간은 한 달이 채 못 됐고, 15일 미만을 공연한 작품도 133편이나 됐다. 전체 작품 중 35%가 2주일 가량 공연한 뒤 막을 내린 것이다. 공연 수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공연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대학로에 공연장 건립 계획이 속속 발표됐다. 시공사 애니웍스에서는 지난해 중순 960석 규모의 뮤지컬 전용극장을 포함한 멀티 공연장 건립을 추진했고, 서울시에서는 '대학로 부활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마로니에 공원 지하에 450석 규모의 공연장 설립을 계획했다. 하지만 이런 공연장 건립 계획은 현재 지연되거나 불확실해진 상태. 애니웍스는 지난해 중순 1,900㎡ 규모의 대지에 멀티 공연장을 건립한다는 신청서를 종로구청에 제출했다. 1차 타당성 조사를 마친 뒤 대지 규모가 초과돼 신청서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애니웍스는 신청서를 변경해 다시 제출했고, 이에 따라 2009년 상반기에 완공하려던 계획은 연기가 불가피하게 됐다. 마로니에 공원 지하의 공연장 건립도 불투명해졌다. 공원의 수목을 들어내고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시는 현재 타당성 조사에 들어갔다. 타당성 여부는 4월께 발표될 예정이지만 서울시는 공연장 건립에 재원을 마련하지 않아 40억 원 가량의 추가 예산을 짜야 할 처지다. 해결되지 않고 있는 대학로 대관난과 관련 한 극단 대표는 "소극장을 소유하지 못한 극단들은 극장주들을 찾아가 개인적으로 사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공연장 사정으로 충분한 기간 공연을 하지 못하고 막을 내리게 되면 흑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한편 대학로 최초로 들어설 애니웍스의 960석 규모 대극장과 관련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라도삼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학로는 미국 뉴욕의 오프 브로드웨이 역할을 하는 소극장의 메카"라며 "관객 개발이 주춤한 상태에서 대극장이 생기면 관객이 몰려가 소극장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