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유통 인사이드] '레드오션' 피자 시장



피자 가게 해보겠다고요? 이런 점을 주의하세요. 중견기업 간부인 진성준(가명)씨(48)는 인생 2모작을 준비중이다. 진씨는 ‘직장생활이라고 해봤자 이제 잘해야 7~8년일텐데 50중반에 퇴직해서 사업을 하느니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내 사업을 하는게 여러모로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진씨는 모아둔 돈과 퇴직금으로 피자가게를 하나 차려볼까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최근 그 꿈을 포기했다.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창업조건을 따지다 보니 유명 피자 브랜드의 점포를 차리기만 하면 돈을 쉽게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진씨는 “웬만한 도심 지역 상권에 유명 브랜드 피자 매장을 내려면 10억 정도는 필요한 것 같다”면서 “하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해 점포를 꾸려가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진씨 처럼 창업을 고려 하는 직장인들은 대부분 외식업에 관심이 많다. 특히 요즘은 피자업종이 인기가 높다. 하지만 정작 피자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들어 그야말로 ‘피 튀기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그러다 보니 수익성은 악화돼 문 닫는 점포나 브랜드도 수두룩하다.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피자집을 차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투자’가 아닌 ‘투지’라는 우스갯 소리가 나돌 정도다.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국내 피자 시장은 현재 연 1조3,000억~1조4,000억원 규모로 이미 포화 상태에 진입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정희균 미사랑임실N치즈피자 사장은 “최근 피자 시장은 전반적으로 상황이 안 좋다”면서 “실제 체감 경기는 2008년 가을부터 하향세로 접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피자 업체수는 크게 늘어 업체간 출혈 경쟁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곳만도 53개이며, 영세 브랜드까지 포함하면 100개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시장판도도 수시로 뒤바뀌고 있다. 부동의 1위였던 피자헛이 매장수 기준으로 이미 미스터피자, 도미노피자, 피자에땅에 이어 4위로 내려 앉은 것이 단적인 예다. 업계의 관계자는 이와 관련“피자 업계의 매출 성장은 경쟁사의 매출을 빼앗아 와야 가능한 구조”라며 “이제 시장은 레드오션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 역시 “피자 시장은 포화상태에 접어든 지 오래”라면서 “과당 경쟁이 불가피해 업체별 매출 신장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익부 빈익빈 심화=피자업체간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형 메이저 브랜드와 중소 마이너 브랜드간의 경쟁으로 시장 구도도 뒤바뀌고 있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운 중소 피자업체들과 다소 비싸지만 자본력을 앞세워 각종 제휴ㆍ할인ㆍ프로모션 등으로 고객을 끌어 모으는 메이저 업체들의 치열한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피자헛, 도미노피자, 미스터피자 등 고가의 메이저 브랜드와 피자스쿨, 피자마루, 59피자 등 6,000원대 저가 테이크아웃 피자 전문점으로 양분된 시장의 승패는 결국 ‘누가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쓰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희균 사장은 “피자 시장은 결국 마케팅 비용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면서 “3년 전부터 저가형 피자 업체들 가운데 문을 닫는 곳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중소업체들이 초기에는 성장을 이어가다 일정한 시점이 지나면 정체하거나 쇠락하는 이유가 브랜드 홍보를 위한 마케팅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도미노 피자 관계자는 “메이저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할인 쿠폰이나 마일리지 회원카드 등의 마케팅 활동은 필수”라며 “중소형 브랜드라면 홍보물 배포, 시식행사 등 다양한 판촉활동을 통해 고객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자 가맹점 해? 말아?=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예비 창업자들이 생각하는 사업 아이템에 피자 가게는 항상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하지만 이미 레드오션에 접어든 피자시장에서 성공을 하려면 사업시작 전에 따져봐야 할 것들이 많다. 가장 중요한 투자비용은 메이저 브랜드 피자점의 경우 매장 임대비용을 제외한 평균 창업비용이 피자헛 4억5,000만원(165㎡기준), 미스터피자가 4억2,000만원, 도미노피자 2억원선인 반면 피자스쿨, 피자마루, 59피자 등 저가형 배달전문 피자업체의 평균 창업비용은 1억~1억5,000만원선이다. 초기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은 만큼 충분히 사전 조사를 하지 않고 창업할 경우 적잖은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가맹 조건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은환 미스터피자 점포 개발팀 부장은 “사업 전에 프랜차이즈 본사의 운영 안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한다”며 “창업 전에는 ‘간ㆍ쓸개 다 꺼내줄 것’처럼 유혹하는 가맹본부일 수록 가맹 후 사후 관리에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입지 선택도 빼놓을 수 없다. 점포 개설시 조심해야 할 곳은 의외로 신도시 아파트단지다. 아파트 상가에 매장을 연 뒤 상권이 잘 형성돼지 않아 폐점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어느 한 지역에 아파트 가구가 집중된 곳 보다는 학교와 학원, 주택과 아파트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곳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얘기다. 업계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파트 몇 천 가구가 있는 단지 상권에 피자집을 차려서 영업이 잘된다면 아마도 피자 가게는 중국집이나 치킨집 보다 더 많았을 것”이라며“오피스와 업무용 건물 등이 적절히 어우러진 지역이 오히려 안전하다”고 말했다. 다만 지나치게 피자업체들이 밀집된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 도미노 피자 관계자는 “대단지의 상권 지역이라도 경쟁업체가 많은지 반드시 체크 해봐야 한다”면서 “피자는 진입장벽이 낮고, 고객이 쉽게 이동하기 때문에 과당경쟁 지역을 피해 영업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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