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소비재에서 산업재로 기업의 주 업종이 바뀌면서 소비 촉진을 위한 광고 홍보보다 두산아트센터를 건립하고 장기적 투자인 문화사업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섰는데 브랜드 이미지가 눈에 띄게 상승하고 채용 면접에서도 우수 인재 지원이 늘어나는 효과를 봤습니다."
㈜두산 회장을 지낸 박용현(69ㆍ사진) 한국메세나협의회 회장은 1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예술 분야에 대한 기업의 지원은 100년 뒤를 내다본 투자다. 불황일수록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후원을 지속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후원을 당부했다
유럽발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위축으로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액(직접지원금+문화예술위원회 기부금)이 약 1,627억원으로 2010년(1,735억원)보다 6.2% 감소하고 지원 기업 수와 지원 건수도 각각 16.6%(606곳→509곳), 17.1%(1,940건→1,608건) 줄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내년에도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회장은 "상황이 어렵지만 문화예술 지원을 장기적 투자라고 생각하는 등 기업의 관심과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긍정적"이라며 "지난해 입법을 추진했던 메세나활동지원법(일명 메세나법)이 올해 국회를 통과하게 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에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 올해 과제"라고 밝혔다. 기업의 예술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를 골자로 한 메세나법은 지난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으나 회기 종료로 폐기된 상태다.
지난 2월 제8대 메세나협의회장으로 선임돼 취임 후 회원사를 40개 가까이 늘린 박 회장은 또 "247개 회원사 중 협의회의 재정 기반이 되는 회비를 내는 회원사가 절반도 안 돼 이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3월 그룹 회장직을 내려놓은 그는 사회공헌사업에 주력하면서 예술에 대한 관심도 키워가고 있다. 그는 "예술에 취미는 있는데 소질이 없어 음악 듣는 것만 즐기다가 최근 두산아트센터 갤러리에서 현대미술을 접하며 이 분야에 눈을 떠가고 있다. 뉴욕ㆍ바젤 등지의 아트페어에도 다녀왔다"고 전했다.
한편 메세나협의회가 조사한 '2011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문화예술지원 상위 10대 기업의 지원 총액은 742억여원이었으며 현대중공업ㆍ홈플러스ㆍKT&GㆍKTㆍ현대자동차ㆍ포스코ㆍ현대백화점ㆍ롯데백화점ㆍ한화생명ㆍ부산은행 등의 순이었다.
기업 출연 문화재단 지원액은 540억원이었으며 리움ㆍ호암미술관 등을 운영하는 삼성문화재단이 가장 많았고 LG연암문화재단ㆍ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ㆍ연강재단(두산그룹)ㆍCJ문화재단이 그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과 메세나협의회 회원사 등 642개사를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설문 응답 기업은 340개사(응답률 53%)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