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에 골프장이 건설되는 바람에 성묘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일가족이 위자료를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부장 황윤구)는 김모(여)씨와 자녀 등 일가족 5명이 D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총 2억6,000만원의 배상금과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D사는 강원도에 골프장을 짓기로 하고 예정부지 내에 선산을 갖고 있던 김씨의 남편 최모(사망)씨와 매입 협상을 벌였다. 가격을 둘러싼 이견 때문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자 D사는 최씨와 협상을 통해 일단 선산까지 가는 통행로를 만들어주기로 하고 골프장 건설 동의를 받았다. 그러나 D사는 공사에 들어가면서 ‘국내 최장 롱 홀(long hole)’을 만들기 위해 설계 변경을 하면서 최씨와 한 통행로 개설 및 자유로운 통행 보장 약속을 어겼다. 최씨 사후 D사는 통행로 조성 약속 자체를 부인했고 이로 인해 김씨 등은 선산에 가기 위해서는 회사 측에 연락을 한 뒤 직원의 통제 하에 카트를 타고 이동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에 김씨 등은 ‘약속 불이행으로 선산의 지가가 하락하고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회사 측의 약속 파기로 선산이 골프장 내에 고립된 토지로 전락했다”며 “지가 하락으로 2억1,055만원의 손해가 발생한 만큼 D사는 최씨의 가족들에게 재산상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는 최씨가 결국 다른 사람에게 선산을 팔지 못하고 자신들에게 매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뒤 도로개설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이는 원고들이 고통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해 원고 1인당 1,000만원의 위자료도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