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DMB가 두려워지는 이유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간은 지루하게 마련이다. 이동 중에 가장 사랑받는 것은 신문과 잡지, 또는 책 한 권. 적당히 자리잡고 독서에 빠지면 어느새 목적한 곳에 도착하고는 한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활자 매체를 방송이 대체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요즘 지하철에는 책을 읽는 사람보다 방송에 빠져 있는 사람이 많아 보이는 듯하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이나 휴대형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를 통해 영화나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다. 참으로 좋은 세상이다. 이제 이동 중에도 영상을 접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최근에는 위성 DMB(이동 멀티미디어 방송서비스)다, 지상파 DMB다 해서 핸드폰ㆍPMP 등으로 방송을 볼 수도 있다. 시간이 갈수록 매체는 진화해왔고 이제 집 밖에서도 TV를 볼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위성 DMB 가입자가 65만명에 달하고 지상파 DBM 가입자도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어 이제 DMB 방송이 점차 생활 속에 녹아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언젠가 일본의 독서량과 한국의 독서량을 비교하면서 일본의 지하철 역을 소개하는 기사를 본 적 있다.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는 많은 일본 사람들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하철 안에서 거의 책을 안 본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지난해 성인의 독서량을 보면 1년에 0.8권, 한 권도 안 읽는 사람이 22%나 된다는 한국출판연구소의 발표가 있었다. 중소 출판사들이 문을 닫고 유명 출판사도 경영상태가 좋지 않다고 한다. 동네 서점들은 이미 다 사라졌고 시내에 있는 큰 서점들도 책만으로는 장사가 안된다고 한다. 책이 이제 우리 사회에서 멀어져버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솔직히 핸드폰 기술의 발전과 DMB라는 신기술이 조금은 두렵다. 지하철에서 그나마 책이나 신문을 읽던 사람들이 이제는 핸드폰과 PMP로 방송을 보고 있다. 활자가 영상과 소리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책 읽는 사람이 사라지고 있는 마당에 이런 신규 미디어가 우리 앞에 나왔으니 앞으로 책을 읽는 사람은 더욱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방송을 보든, 책을 보든 정보를 입수하기만 하면 된다는 반론을 펼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집에 들어서면 TV부터 켜는 현대인의 ‘TV 중독증’이 결국 이동 중이라는 자투리 시간마저 지배하게 될까 두려운 것이다. 퇴근 중 읽었던 시의 한 구절과 소설책이 살아가면서 무슨 도움이 될까 하지만 지하철 한 켠에서 책 한 권 손에 들고 가슴 뭉클해 하던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건 시대를 거스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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