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규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은 "온정주의적 사고를 하는 성향이 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전 비서관은 최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권력을 잡은 뒤 시대적 과제나 국민적 요구를 망각한 채 아는 사람 중심, 친한 사람 중심의 인사를 폈다. 그러다 보니 인사에서 도덕성이 없어졌고, 민심이 이반하게 됐다. 오늘의 결과에 스스로 원인제공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온정주의에 빠진 이유에 대해서는 "그렇게 해도 될 줄 알았던 것 아닌가 싶다. 안타까운 착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당선 후 바로 직전 상황을 잊은 채 온정주의에 빠져 비과학적 사고를 했다. 권력은 특정인에게 주면 부패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발탁된 인사들은 도덕성만 없는 줄 알았는데, 능력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그것은 최악이다. 그 상징이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 폭로로 박영준 비서관이 사표를 쓰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1월 중순쯤 정 의원이 인사에서 소외되기 시작한다는 것을 느끼고 조사해본 결과 박 비서관이 정 의원을 중상모략하고 다니는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 정 의원 입장에서는 등에 칼을 맞은 격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원래는 둘이 친했다. 박 비서관이 어려울 때 정 의원이 많이 챙겨줬다. (박 비서관이) 대선이 끝나고 어느 날 갑자기 변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박영준 비서관이 실세라는 말이 나오자 모두 그의 눈치만 보게 됐다. 실제로 박영준 비서관한테 잘 보이면 그것으로 오케이였다"면서 일부 실세들의 권력 사유화 때문에 청와대의 소통 구조가 막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비서관은 "실세들의 헤게모니 때문에 총리와 대통령의 독대마저 쉽지 않았다. 그 결과 대통령과 내각의 단절감도 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총리가 주례보고에는 들어가지만, 그것은 주로 페이퍼 보고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20∼30분씩 대통령과 만난다고 해도 허심탄회하게 민심을 이야기하는 자리는 못 된다"이라며 "총리가 대통령과 그런 구조 속에서 일하다 보니 해외로 양해각서나 체결하러 다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00일간 총리실 기능은 완전 죽어 있었고, 의례적인 당정협의만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누가 옳고 그른지를 떠나 이명박정부를 성공시켜야 할 공동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국민의 눈으로 보면 정말 욕먹을 짓을 하고 있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여준 의원 보좌관 출신인 이 전 비서관은 지난해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에게 발탁돼 대선 때 한나라당 선대위 전략기획팀장을 거쳐 인수위 기획조정위원을 맡은 바 있다. 그는 정권 출범 한 달 만에 비서관직을 사임하고 나오게 된 사연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연은 없다. 내가 있기 싫어 나온 것이다. 원래 연설기획비서관 일은 내가 하고자 했던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