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경제 살리자더니… 당·청 더 이상 자중지란 말라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갈등기류가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23일 "국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밥만 축내는 곳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이유로 최고위원직 사퇴를 표명했다. 김 최고위원은 "경제 활성화 법안을 제발 좀 통과시켜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요청에 새누리당이 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사퇴 이유로 거론했다. 김 최고위원의 칼날은 분명히 김무성 대표를 겨냥하고 있다. "개헌이 골든타임이라고 하면서 대통령에게 염장을 뿌렸다"는 비판만 봐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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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발언으로 잠시 소강국면에 접어들려던 당청 간 갈등이 다시 증폭되는 양상이다. 당청 간 갈등기류는 김 대표가 개헌 발언을 한 지 하루 만에 박 대통령에게 사과하고 연말까지 논의를 중지하겠다고 했지만 사흘 후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개헌 발언을 "실수라고 생각지 않는다"라며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나서 가뜩이나 언론의 관심을 끌어모으던 차였다. 물론 김 최고위원의 돌연한 사의 표명과 발언은 본의와 관계없이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새누리당과 청와대 등 여권 전체가 공감하고 본인도 주장했듯이 경제 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통과에 그의 사의 표명이 어느 정도 도움을 줄지도 의심스럽다. 결과적으로 그의 말 때문에 개헌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외부적으로는 여권 내 계파 간 대립구조만 부각시킨 꼴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여권이 이렇게 자중지란의 양상을 보이면 결국 희생양이 되는 것은 현 정부의 경제 살리기 노력일 수밖에 없다. 그러잖아도 개헌론이나 공무원연금 개혁 등에서 당청이 불필요한 의견 대립을 노출하고 있다. 여당이 말하는 경제살리기의 골든타임도 더 이상 여유가 없다. 여권 내부가 미래 권력에 대한 '수 싸움'이나 할 만큼 우리 경제나 사회 상황이 한가하지 않다는 점을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조속히 만나 이견부터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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