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이 오는 10월8일로 100일째가 된다. 법 시행 전후로 많은 기업들이 비정규직의 처우개선과 고용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등 의미있는 변화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노동시장의 양극화 현상 해소를 위한 반가운 현상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랜드 사태 등으로 인해 비정규직법을 회피하는 편법적 외주화 문제가 집중되면서 입법 의미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 법 폐지 주장까지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비정규직보호법은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따라서 이 법의 효과적인 시행을 위해서는 노사정 3자의 협력체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물론, 이를 받아들이는 ‘노사의 자세’가 문제 해결의 물꼬를 트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보호법의 핵심내용은 차별시정이다. 차별시정에는 비용이 드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 복지시설 이용 등은 당장은 큰 비용부담 없이 제도를 고치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임금 등의 문제에 있어서는 비용부담 증가 등이 불가피하다. 기업 사정에 따라서는 한번에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 단계적인 추진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비정규직 문제는 기본적으로 노와 사,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서로 고통과 비용을 분담해 나간다는 ‘나눔의 정신’을 가질 때 해결이 쉬워진다. 차별시정에 드는 비용은 파이를 키워 충당해야 하는 만큼 중장기적이고 점진적인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회사 측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시정과 고용안정을 통해 애사심을 높이고 이를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시키는 동태적이고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아울러 정규직의 동참은 필수적이다. 우리은행ㆍ보건의료노조가 보여줬듯이 대승적으로 비정규직을 끌어안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우리은행 정규직은 임금동결을 통해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에 따른 재원마련을 도왔다. 보건의료노조는 임금인상분의 일부를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사용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양보를 해줬다.
또 비정규직들도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회사 형편을 감안, 하나하나씩 개선해 나간다는 단계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 비정규직보호법의 취지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사용자가 함께 상생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비정규직의 문제를 법만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다. 서로가 상대를 배려하고 상생하자는 비정규직보호법의 정신을 구현하려는 노사정의 이해와 양보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