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고 탈많은 어음사용 급감대기업에 물건을 납품하는 A중소기업은 지난해부터 어음을 발행하지 않고 기업구매자금대출로 결제방식을 바꿔 1억원 가량 비용을 절감했다.
A기업은 기업구매자금대출로 현금판매에 따른 납품가격 할인율이 어음발행 때보다 낮아져 판매대금의 0.5%정도 추가이윤이 생겼을 뿐 아니라 어음 1장당 1,000~2,000원인 수수료도 줄일 수 있었다.
특히 납품대금을 현금화하는 기간이 훨씬 짧아졌다. 종전 어음발행때 어음수취 및 어음기일 등으로 평균 130여일이 걸리던 납품대금을 한달만에 현금화할 수 있게 됐다. 또 어음발행 및 관리를 위해 두었던 직원 1명을 타 부서에 배치, 인적비용도 줄였다.
이처럼 어음을 발행하는 대신 새로운 결제시스템인 ▦기업구매자금대출▦전자방식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기업구매전용카드 등을 이용해 비용을 줄이고 편리하게 거래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어음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사라지는 어음
지난해말 19조원대에 이르던 상업어음 할인 규모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올들어 중소기업 대출이 5조3,000억원 가량 늘어났지만 상업어음할인 규모는 지난달말 15조2,206억원을 기록, 지난해말보다 4조895억원(21.2%)이나 감소했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추세라면 연말경 어음할인규모가 12조원 가량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결제수단 대변화
어음할인을 대체하는 기업구매자금대출 및 전자방식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기업구매전용 카드 등 ‘구매자금융’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구매ㆍ판매기업 모두 비용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구매기업들은 법인세 감면 혜택 효과(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제외)를 누릴 수 있고 판매기업도 대금을 먼저 결제받기 때문에 원활한 현금융통 및 어음 관리비용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기업구매자금대출이란 구매기업이 어음대신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현금으로 납품대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지난해 6월 도입직후 651억원에 불과하던 대출실적이 1년만에 5조7,455억원에 달하고 있다.
올 2월에 도입된 전자방식의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은 납품업체가 납품대금으로 받은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조기에 현금화하는 방식. 시행한지 4개월만에 3,866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며 빠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99년 말 도입된 기업 구매전용카드를 통해 결제한 금액은 1년동안 2조3,890억원.이후 해당 기업들이 적극 이용한 결과 지난 1분기 동안 5조5,000억원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시중은행 취급실적도 급증
9개 시중은행의 지난달말 기업구매자금대출 잔액은 4조8,320억원으로 전년말대비 2조88억원이 증가했다. 전자방식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잔액 역시 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동안 상업어음 할인실적은 12조886억원으로 전년말 16조9,566억원에 비해 5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은행별로 기업구매자금 대출잔액은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1조634억원, 1조207억원으로 1조원대를 넘어섰으며 국민은행 8,550억원, 외환은행 6,999억원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의 경우 신한은행이 1,781억원, 한미은행과 외환은행이 각각 273억원, 164억원의 취급잔액을 기록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신결제제도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 및 저리자금 지원 등을 적극 장려하고 있어 은행들도 전자결제 시스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