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의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부풀려졌던 장기 국고채 가격 거품이 빠른 속도로 꺼지고 있다. 장기 국고채에 대한 자금유입이 줄어들면서 수익률이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장ㆍ단기 국고채 간의 수익률 차이가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비정상적이었던 장기채 가격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해석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6일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오후 3시30분 현재 전날보다 0.03%포인트 하락한 2.83%에 거래됐다. 반면 국고채 10년물과 20년물은 각각 전날보다 0.01%포인트와 0.02%포인트 떨어진 3.08%와 3.20%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고채 3년물은 지난 10월 말(2.77%)보다 0.06%포인트 오른 반면 10년물과 20년물은 각각 0.11%포인트와 0.17%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30년물의 경우 9월19일 처음 거래됐을 당시까지만 해도 유통금리가 3.02%에 불과했지만 이날 3.28%까지 뛰었다. 불과 석 달 사이에 0.26%포인트나 수직 상승한 것이다.
국고채 수익률 상승은 채권 값 하락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장기 국고채의 가격이 단기채보다 훨씬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최근 장ㆍ단기 국고채 간의 수익률 격차 확대 흐름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3년물과 10년물 국고채의 수익률 차이는 이날 현재 0.24%포인트에 달한다. 이러한 금리차는 9월4일(0.25%포인트) 이후 가장 큰 것이다. 20년물과의 금리차도 0.35%포인트까지 벌어져 8월2일(0.38%) 이후 넉 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고 30년물은 발행 이후 최대폭인 0.49%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장기 국고채의 가격이 이처럼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그동안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등으로 잔뜩 끼었던 가격 거품이 최근 들어 금리 추가인하 모멘텀 소멸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마디로 장기 국고채에 대한 가격 정상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외여건이 개선되고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시중금리가 더 떨어지기 힘들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장기 국고채 가격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미국의 경기지표 회복과 중국의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장기채의 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외여건 호전이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새로운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이 글로벌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를 다소 회복시키면서 채권시장에 변동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30년물의 입찰 부진 이후 장기물의 금리 상승폭이 두드러지면서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경기회복에 대한 조짐이 아직 보이지는 않지만 아직도 장기 국고채의 상대적 가격 수준이 높은데다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은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는 장기채의 가격 하락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 연구원은 "보통 3년물과 10년물 간 금리차가 0.30%포인트 정도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도 장기채 가격이 단기채에 비해 높은 게 사실"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적으로 가격하락 압력을 받으면서 비정상적인 가격 거품을 해소하는 과정을 밟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