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물러가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시기지만 여름철답지 않은 여름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열대야나 불볕더위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 이로 인해 강가 등 야외로 나와 더위를 식히는 시민들의 모습도 종적을 감췄으며,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피서객들로 한창 북적여야 할 주요 해수욕장들도 썰렁한 모습이다.
30일 기상청에 따르면 아침ㆍ저녁으로 선선한 '초가을 날씨'가 이어지면서 열대야가 사라졌다. 올해 들어 전국 10대 도시에서 밤(오후6시~다음날 오전9시)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가 발생한 날은 11일에 그쳤다. 여름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발생일수(32일)에 비하면 크게 못 미친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에서는 평균 8.8일 열대야가 발생했지만 올해는 29일까지 단 하루에 불과했다.
한낮에도 '찜통' 같은 더위는 사라지면서 거리를 나선 시민들도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이 달 들어 29일까지 10대 도시 평균 기온은 24.1도로 30년 평균 기온보다 0.9도 낮았다. 같은 기간 서울 평균 기온도 24.8도로 평년보다 1.2도 낮았고 저온현상이 나타나는 강릉의 경우 평년 대비 1.2도나 낮은 22.8도를 기록했다. 직장인 박모(38)씨는 "올 여름은 그다지 덥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며 "선선한 날씨로 일하기는 좋지만 여름휴가를 갈 때는 좀 더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강시민공원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에 비해 공원을 찾는 시민이 70%가까이 감소한 것 같다"며 "수영장도 열대야가 심하면 오후8시 이후 2시간 연장 운영을 하는데 아직 연장 영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절정을 맞아야 할 주요 해수욕장들은 '개점 휴업'상태다.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의 경우 이달 1일 개장 이후 지난 27일까지 150만명이 찾아 지난해 같은 기간 행락객 300만명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광안리 해수욕장도 지금까지 100만명의 피서객이 찾는데 그쳐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사정이 이렇자 해수욕장 주변 상인들은 "경제한파에 여름 특수까지 사라져 매출이 지난해 10분의 1수준"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이 같은 이상 기온은 북쪽의 찬 공기가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는 것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해는 오호츠크해기단이 이상 확장해 한반도 상층에 머물면서 무더위를 가져오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으로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은 초가을 같은 날씨는 다음달 상순까지 이어지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