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이면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지 1년이 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현재 퇴직연금 가입자 수는 14만명을 돌파했고 적립금액은 4,676억원에 이른다. 이중 예ㆍ적금, 채권, 금리형 보험상품 등 원리금 보장상품의 운용 비율은 84.5%에 달하는 반면 간접투자로 운용되는 자금은 10.3%인 484억원에 불과하다.
간접투자 부분만 다시 살펴보면 주식편입비중 상한선이 30%인 채권혼합형의 비중이 6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등 대부분의 퇴직연금 펀드들은 ‘저위험-저수익’ 상품 위주로 운용되고 있다.
당초 증권업계에서는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면 상당 부분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증시의 수급기반을 탄탄히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일부에서는 퇴직연금제를 통해 올 연말까지 약 2조원의 자금이 증시에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퇴직연금의 전체 적립금조차 2조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데다 주식 등에 대한 투자비중은 미미한 상태다. 이는 퇴직연금제도 도입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고 이에 대한 홍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가입은 노사합의로 결정될 사안이기 때문에 자발적인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당근’이 필요하다. 특히 국민연금 개혁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만으로는 노후 보장이 어려운 만큼 근로자 개개인 차원에서도 노후 대비를 할 수 있도록 퇴직연금의 활성화는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퇴직연금제도는 아직 국민들에게 매력적인 노후 대비 수단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 부담금의 소득공제 한도를 개인연금 부담금과 합산해 연간 300만원까지 제한해 세제상의 혜택도 크지 않은데다 예금자 보호가 이뤄지지 않아 안전성도 담보되지 못하고 있어 제도 보완이 요구된다.
또 적립액의 30% 이내로 제한한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한도를 완화해 가입자가 자신의 연령이나 투자성향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제도의 도입 이유 중 하나가 기존 퇴직금제도 보다 안정적이면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