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창조는 상황을 다르게 보는데서 출발

■ 유쾌한 창조 (이어령·강창래 지음, 알마 펴냄)


비행기를 탔을 때 귀가 멍멍해지면 어떻게 하는가? 작가 이어령은 여기에 대처하는 세 부류의 인간이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그냥 비행기를 타면 으레 그러려니 하며 참고 견디는 사람들이고 두 번째 사람들은 입을 벌리거나 귀를 막는 등 이 상황에 대해 무언가 시도를 해 보려 한다. 세 번째 사람들은 분노한다. 도대체 이런 어마어마한 비행기를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도 승객들이 괴로워하는 귀 문제 하나를 해결하지 못하는가 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분노하는 사람들은 결국 '이어 플레인'이라는 물건을 창조하게 된다. 따라서 이어령은 참는 사람이건 입을 벌리는 사람이건 '순응'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상황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창조성'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한국의 대표 지성인 이어령이 지난 70여 년간의 자신의 삶을 통해 '유쾌한 창조'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터뷰어 강창래와의 대담 형식으로 된 책은 이어령이 직접 설명하는 듯한 문체로 담겨있어 직접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어령은 창조성이 나오는 건 바로 '그레이 존(Grey Zoneㆍ회색지대)'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회색지대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병 '마개'는 늘 '마개'가 아니다"라며 "마개가 아니라 '열개'나 '따개'로 부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이것'이나 '저것'이 아니라 이것과 저것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지대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1967년말부터 1968년 초까지 이어령이 김수영 시인과 치열하게 벌였던'불온시 논쟁'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그는 "정의로운 마음과 사람들이 이 나라를 구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더라"며 "현상을 있는 그대로, 제대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끝없는 회색의 공간, 간단히 '이거다, 저거다' 라고 말할 수 없는 그 회색 공간에서 방황해보지 못한 지식인은 지식인이 아니다"라며 "결론을 내기보다는 질문 기능을 가진 자가 지식인이며, 한마디로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글을 쓰고 지식인의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인다. 책은 이어령의 삶을 되돌아보며 그가 받았던 오해를 다시 살펴보고 그의 삶에서 남은 과제라고 하는 '창조성'을 남은 이들에게 어떻게 물려줄 수 있을지 고찰한다. 1만 5,000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