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등소평 사망과 한국증시/유시왕 동서경제연 소장(기고)

지난 94년 이래 2백여회에 걸쳐 중국 최고 지도자 등소평의 사망설이 난무했다. 등 사후 중국정치 경제에 대해서는 대략 세가지의 시나리오가 제기돼 왔다. 첫째는 당내 권력조정자의 부재와 함께 중국정권 상층부에서 격렬한 권력투쟁이 전개되고 중앙정부의 통제력 약화로 중앙과 지방과의 갈등심화 및 지역별 독립을 주장하는 투쟁과 분열이 전중국을 휩쓴다는 비관적 시나리오다.둘째, 중국공산당이 일당 독재를 포기하고 다당제인 민주적 정치형태로 이행되면서 개혁과 개방이 가속화되는 낙관적 시나리오다. 셋째, 당내 정권유지를 위한 공감대가 형성되며 강력한 지도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집단 지도체제를 유지하며 지속적인 경제 우위정책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중국여건을 고려할 때 세번째인 현 체제 지속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즉 현 중국의 총서기인 강택민을 중심으로 중앙정부, 지방정부, 군부가 함께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하며 중국경제를 더 발전시킬 전망이다. 따라서 등소평 사망이후 중국이 과거와 같은 권력투쟁으로 인한 경제혼란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내 주식시장은 일시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는 있겠으나 중장기적인 불안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등소평 사망이후 야기될 수 있는 일부 불안심리를 상쇄하기 위해 일련의 긍정적인 조치들도 예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 장외악재이상의 구조적인 악재로 발전될 소지는 작다. 이는 등소평사망이 알려진 2월20일 하오 1시 현재 대만, 홍콩, 일본 등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생각되는 해외주식 시장이 각각 0.3%, 1.8%, 2% 의 주가 상승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도 잘 입증되고 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도 등소평 사망으로 인해 주가가 큰 영향을 받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등소평 사망보다는 한보부도 파문이후 국내 경제성장의 위축, 경상수지 적자 확대, 그리고 원화환율의 상승행진 등이 주식시장에 더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국내주식시장이 등소평 사망에 대해 일과성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은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나 김일성 사망당시에 보인 주가 반응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던 지난 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의 사망시 주식시장은 5일동안 9.6% 의 주가하락을 보인후 곧 바로 상승했으며 남북대치 상황에서 한국의 정치사회에 간접적인 영향을 준 94년 7월9일 김일성 사망 당시 주식시장은 사망직후 주가가 8포인트 하락했으나 2일째부터 하락폭을 상회하는 주가상승을 시현하여 이러한 정치적인 장외악재가 주가에 일시적인 충격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금번 등소평의 사망은 박대통령이나 김일성 사망에 비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의 강도가 훨씬 더 약하므로 국내 주식시장에는 일시적인 충격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의 현실 여건상 급격한 변화보다는 현중국체제의 유지속에서 대회개방노선이 지속될 전망이므로 중장기적으로도 국내경제 및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다만, 근년 들어 우리와 중국간 상호교역이 점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중국의 실제적인 정치·경제변화에는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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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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