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금융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따른 후속 조치로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달 발표한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이 경영관리위원회나 위험관리협회를 거쳐 자회사에 권한을 행사하도록 할 방침이다. 지주사의 책임은 강화하되 권한은 시스템을 통해 투명하게 행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이 황제경영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면서 “경영관리위원회 등에서 의결을 보고받고 공개적으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처럼 금융지주 회장이 제대로 된 권한 행사를 하되 문서나 공개 석상이 아닌 말이나 전화 등을 통해 비명시적으로 지시하지 못하도록 명문화된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등 제왕적인 권력을 누렸던 금융지주 회장이 다시는 나올 수 없게 하자는 취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거 하나금융이나 KB금융 등 지주사에서는 힘있는 임원들이 비명시적으로 자회사에 권한을 행사했는데, 이런 것을 기본적으로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은 금융지주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완전 자회사의 경우 사외이사를 없앨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민은행처럼 KB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의 사외이사는 금융지주의 대리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주가 사외이사의 임명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KB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다. 이번에 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이 KB금융지주 의견을 일방적으로 따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완전 자회사의 사외 이사 기능이 사라지면 경영 감시 기능이 자연스럽게 금융지주의 이사회로 넘어와 책임 있는 권한 행사가 가능해진다.
과거 윤병철 전 우리금융 회장과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 신한금융의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신한은행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과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의 갈등과 반목은 모두 불분명한 내부 통제 때문에 발생한 경우였다.
자산 측면에서 은행을 빼면 껍데기 수준인 금융지주의 체질 개선도 장기적으로 검토된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의 경우, 은행이 전체 자산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은행이나 메리츠화재의 순익은 해당 금융지주 전체보다 많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금융지주의 가장 큰 문제는 낙하산 인사이며, 3년마다 회장과 행장 갈아치우면 회사가 제대로 굴러가기 어렵다”면서 “관피아를 척결하고 이사회 주도로 정당성을 갖춘 최고경영자를 선임하는 게 유일한 해답”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