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교수들이 의전원 학생보다 의대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더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학교 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의대 학생보다 의전원 학생들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의사 양성체제 개편 논의가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이 같은 결과가 정책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7일 서울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의ㆍ치의학교육제도개선위원회의 '의료인력 양성시스템의 정책방향 수립을 위한 종합평가 결과'에 따르면 의대ㆍ의전원을 병행하는 대학의 교수들이 의전원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대해 만족하는 비율은 27%인데 비해 의대 학생에 대해서는 71%가 만족했다. 치의학전문대학원 교수들의 경우도 치대생에 대한 만족 비율이 79%로 치전원 학생(39%)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았다.
반면 학교 교육 만족도는 의ㆍ치전원 학생들이 높았다. 의전원 학생들의 58.4%가 학교 교육에 만족했으나 의대생은 37.5%에 그쳤다. 치전원과 치대 학생의 경우에도 각각 39%와 29%로 치전원생의 만족도가 더 높았다.
이번 설문조사는 제도개선위원회가 의사양성체제 종합평가를 위해 실시한 것으로 전국 52개 의ㆍ치대, 의ㆍ치전원이 대상이며 전수조사로 진행됐다.
제도개선위원회 평가소위원장인 김무환 포스텍 교수는 "의ㆍ치전원이 기존 의ㆍ치대 체제에 비해 교육 효과가 떨어지지 않고 학생의 만족도 면에서는 장점도 있다"면서 "그러나 교육연한이나 교육비 증가 등 문제점도 나타났기 때문에 의학교육 시스템을 단일학제로 확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보다 다양한 배경의 의료인력 양성과 의ㆍ치대 입시 과열 완화를 위해 지난2005년부터 의ㆍ치전원을 도입했다. 전국 41개 의대 중 가천의대ㆍ건국대 등 14곳이 의전원으로 완전 전환했고 서울대ㆍ연세대ㆍ고려대 등 14곳은 의대와 의전원을 병행 운영하고 있다. 13곳은 아직 의대 체제로 남아 있다.
교과부는 제도개선위원회의 정책 건의를 토대로 오는 4월 말 의전원 체제 완전 전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교과부가 의전원을 단일학제로 강제화할 경우 대학들이 크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선 의대들은 단일학제 강제화에 반대하며 학제 선택을 대학 자율에 맡겨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신의영 서울대 의대 부학장은 "의전원 도입 이후 이공계 교육이 황폐화되고 학원 수강료 등 입학비용이 더 늘었다"며 "교과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정부가 법적 근거도 없이 무리하게 의전원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의전원 체제가 부작용이 많고 어떤 대학도 원하지 않는데 교과부가 정책 실패에 대한 부담 때문에 (의전원으로의) 전환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학제 선택은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의 한 관계자는 "전문대학원 정착이 정책 목표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어떤 학제가 우리 현실에 적합한지를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