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기침체 장기화“봄날은 없다”/3월중 산업생산·고용·국제수지동향

◎생산호전 불구 판매부진 여전­산업생산/실업자 올들어 24만명 늘어나­고용/눈덩이 외채이자 큰 부담으로­국제수지국제수지와 고용사정 악화로 압축되는 경기침체기의 증후군이 3월에도 계속되었다. 그러나 3월중 산업생산이 회복세를 기록하고 경기선행지표가 큰 폭의 상승세로 돌아서 오랜 경기침체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 3월중 종합수지가 흑자로 전환돼 국내 경기의 침체에도 해외자금은 빠른 속도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과 한은이 발표한 3월중 산업생산·고용·국제수지 동향을 부문별로 살펴본다. ▷산업생산◁ 산업생산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소비 위축이 계속되고 있어 경기의 빠른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3월중 산업생산은 9.1%로 1, 2월의 5.9%, 6.1%에 비해 큰 폭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산업생산이 이같이 늘어난 것은 화학제품 수출가격 회복에 따른 수출증가와 64메가D램 반도체 생산, 석유정제와 자동차 설비증설 영향, 사무회계용 기계의 할인판매등이 기여했다. 또 지난해 3월의 산업생산 증가율이 5.8%로 매우 낮았던 것도 상대적으로 증가율을 높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같은 생산증가가 소비위축에 따른 내수부진으로 제대로 팔리지 않아 재고로 쌓이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도소매판매는 전년동기대비 3.9% 증가에 그쳐 1·4분기 평균이 2.9%로 지난해 연평균 6.9%의 절반에도 못미쳤고 내수용 소비재 출하는 올들어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는등 소비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따라 생산된 물건이 제대로 팔리지 않아 재고증가율이 올들어 1월 15.5%, 2월 13.6%로 하락하다 3월들어 13.8%로 다시 높아졌다. 현재 경기가 상승하고 있는지 아니면 하강하고 있는 상태인지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1월이후 3월까지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 아직도 경기가 하강국면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앞으로의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경기선행지수가 3월들어 1백60.5%로 전월보다 0.8%포인트 증가하며 상승세로 돌아서 경기저점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음을 나타냈다. 지난 70년이후 지금까지 5번의 경기순환국면중 경기선행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선후 평균 6∼7개월뒤 실제 경기가 바닥을 친 점을 감안할 때 늦어도 올 하반기에는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더라도 과거와 같이 급속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상당기간 침체국면이 지속될 전망이다. 또 올들어 한보·삼미부도에 이어 최근 진로그룹을 비롯한 중견대기업의 부도설등 경제 전체가 총체적 부도위협에 휩싸이고 있어 경기저점이 내년으로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이형주> ▷고용◁ 경기 침체의 여파가 고용시장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2%에 머물던 실업률이 올들어 1월 2.6%, 2월 3.2%, 3월 3.4%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해말 47만9천명이던 실업자가 올들어 3개월만에 무려 24만5천명이 늘어나 72만4천명에 달했다. 장기불황의 여파가 시차를 두고 고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분기별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 1·4분기중 실업률은 3.1%, 실업자는 64만6천명으로 집계됐다. 분기별 실업률은 지난 93년 1·4분기(3.2%)이후 4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실업자를 성별로 보면 남자 40만7천명, 여자 23만8천명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각각 33.4%, 58.7%씩 늘어났다. 이에따라 실업률도 남자 3.2%, 여자 2.8%로 남자는 0.7%포인트, 여자는 0.9%포인트나 상승했다. 실업자를 전직 유무별로 분류하면 신규실업자가 29만명, 명예·조기 퇴직등으로 일자리를 잃고 새 직장을 찾으려는 전직실업자가 35만5천명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60.2%, 29.6% 증가했다. 특히 여성 신규실업자는 12만3천명으로 전년동기대비 5만4천명(78.3%)이 늘어 새로 취업전선에 뛰어든 여성들이 제대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경기불황의 여파가 기업의 고용행태에도 변화를 가져와 상용고용자가 줄어드는 대신 임금이 상대적으로 싼 임시·일용고용자는 늘고 있다. 올 1·4분기중 상용근로자는 전년대비 6만8천명(▽0.9%)이 감소한 반면 임시근로자는 21만2천명(5.6%), 일용근로자는 14만2천명(8.9%)이 각각 증가했다. 또 취업시간대별 취업자 구성을 보면 주당 1∼17시간 취업자가 1년전에 비해 7만7천명(25.1%), 18∼35시간 16만3천명(13.7%)등 36시간 미만 취업자가 1년전보다 24만명(16%) 늘어난 반면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20만3천명으로 1.1% 증가하는데 그쳤다. 또 신세대를 중심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져 지난 1·4분기중 취업자는 2천46만6천명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49만5천명(2.5%)이 증가했으며 이중 여성취업자가 38만2천명이 증가, 전체 취업자 증가의 80%를 차지했다.<이형주> ▷국제수지◁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중 국제수지동향」을 보면 「무역수지적자 축소」와 「자본유입 급증」이란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올들어 무역수지 적자는 1월 23억4천만달러, 2월 18억3천만달러에 이어 3월 14억달러로 계속 감소하면서 1·4분기 전체로는 55억7천만달러를 기록했다. 한은은 4월이후에도 이런 경향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4월들어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 수출주력품목의 가격이 오르면서 수출증가율이 10%를 넘어선 반면 원유가격이 지난 1월 배럴당 22달러에서 최근 19달러선까지 떨어진데 힘입어 수입증가율이 3%대로 꺾이는 상황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이미 3월중 수출이 증가세로 반전되고 수입증가율도 원유를 제외할 경우 2.2%에 그친데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1백40억∼1백60억달러선으로 정해진 경상수지적자 연간억제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미 1·4분기중 경상수지 적자가 사상최대인 79억달러에 이른데다 무역외수지나 이전수지의 적자도 계속 늘고 있다. 특히 무역외수지 적자는 2월의 5억9천만달러보다 늘어난 8억1천만달러를 기록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외채에 대한 이자지급이 분기말에 집중된데다 외국법인들의 결산에 따른 배당금지급이 늘어나면서 투자수익 적자가 같은기간 9천만달러에서 4억1천만달러로 급증한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1천억달러를 넘어선 외채가 이제 본격적으로 국제수지에 부담을 주고 있는 셈이다. 자본수지 흑자폭이 늘어나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잇따른 대기업 부도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게 사실이지만 지표상으론 그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1월 7억1천만달러, 2월 11억7천만달러에 그쳤던 자본수지 도입초과액이 3월중 27억3천만달러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손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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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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