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李대통령의 '정치울렁증'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제17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새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정치에 대한 그의 거부감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는 취임사에서 “정치의 근본은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살맛 나게 하는 데 있는데 정치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치가 변하지 않고는 선진 일류국가를 만들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 이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 사회가 너무 정치 논리에 끌려 다니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진다”면서 정치에 대해 ‘울렁증’에 가까운 거부감을 보여왔다. 물론 그의 행적을 돌아보면 그의 거부감에도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하다 1992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왔지만 경제인 출신으로 비주류 취급을 받았다. 지난해 대선 경선에서는 당내 경쟁자에게서조차 BBK의혹 등 각종 의혹 제기에 시달렸으며 대선전은 그야말로 여야의 BBK 공방전이었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치 분야가 싸움질만 하고 비효율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이제 대한민국 지도자의 자리에 우뚝 섰다. 정치가 국정의 발목을 잡아서도 안 되지만 정치 지도자 스스로 정치에 대한 폄하 태도와 대결의식을 가져서는 국정운영이 제대로 될 수 없다. 정치컨설팅사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정치 실패에서 비롯된 노무현 정부의 전반적인 실패를 자칫 이명박 정부가 되풀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EO 출신인 이 대통령 또한 일사불란한 기업형 움직임에 익숙해져 대화와 설득의 리더십 대신 불도저식 밀어붙이기 정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대한민국은 5,000만 국민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곳이어서 두바이나 싱가포르 같은 도시국가에서 통할 CEO형 리더십만으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이미 당선인 시절 조각 문제 등으로 통합민주당과 극한 대결을 벌인 바 있다. 여야가 한창 조직개편안을 협상 중인 날 첫 조각 명단을 발표한 데 대해 한나라당도 황당해 했다. 이 대통령의 새로운 정치 인식과 리더십이 필요하다. “여와 야를 넘어 대화의 문을 활짝 열겠다”는 취임사의 또 다른 한 구절이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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