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 증시 59년의 역사 중 가장 드라마틱하고 중요했던 '맥점'을 꼽으라면 단연 25년 전인 1989년 4월1일의 1,007.77포인트일 것이다.
이날의 지수는 1956년 개장 후 코스피가 33년 만에 처음으로 대망의 1,000포인트를 돌파하며 기록한 지수이기도 하지만 이후 16년간 갇힌 박스권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1985년 9월 134포인트에서 출발한 코스피는 4년 연속 급등세를 보이며 1989년 3월에는 1,000포인트에 육박했다. 플라자 합의를 전후해 유가 하락과 환율 하락, 금리 하락이라는 '3저 호황'이 증시에 전방위적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88올림픽게임을 전후로 경제지표가 부정적인 신호로 바뀌었음에도 이러한 폭등세는 1년여간 더 지속됐다.
1,007.77포인트는 사상 첫 1,000포인트 돌파뿐 아니라 마지막 3개의 숫자가 행운의 수인 '7'이 연속돼 있어 증권가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한신경제연구소에서의 '금강산(1,638m) 주가'를 비롯해 '백두산(2,744m) 주가' 전망에 대한 리포트도 발표됐다. 심지어 4년 내에 4,000포인트 돌파 전망까지도 나왔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날은 '만우절'이었다. 거짓말처럼 이날부터 증시는 하락세로 돌변했다. 결국 이듬해 10월 '깡통정리'라는 비극을 맞았고 1992년 8월에는 4,000포인트와는 정반대로 456포인트까지 하락했다.
행운의 수 '7'은 하락장 때도 출현했다. 급락세를 보이던 코스피가 1990년 4월16일 777.00포인트로 마감한 것이다. 당시에는 행운의 숫자가 출현했으니 시장이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기사도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후 코스피는 2005년까지 16년간 1,000포인트의 박스권에 갇혔다. 박스권이라고는 하지만 물가지수 상승을 감안한 코스피(Inflation adjusted KOSPI)는 16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때의 최저점은 IMF 사태 직후인 1998년 6월16일 기록한 280.00포인트다. 역사적 저점으로 기록된 이때의 지수도 마지막 3개의 숫자가 '0'으로 연속됐다.
'숫자학(Numerology)'은 수를 이용한 점술이다. '성명학'이 음양오행설에 따라 인간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것과 같이 숫자학도 매우 비과학적이다. 영업일수로 만우절을 하루 남겨두고 있다. 증시에도 이러한 숫자학을 적용해 이번 만우절이 2,000포인트 돌파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지 막연한 희망을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