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고] 건보공단 거듭나려면

건강보험공단은 통합 이전은 물론이거니와 통합 이후에도 국민들에게 단순 히 보험료를 징수하고 급여비를 지불하는 금전출납기 정도의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공단의 주요 기능과 업무가 대부분 이러한 단순업무에 상당히 집중 돼 있고 보험자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노인인구 급증, 만성질환 증가, 소득수준 향상과 의료욕구 다양화 등 새로 운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탈권위주의, 시민사회의 역량강화 추세에 따라 건강보험 가입자들은 의료소비자로서의 지위에 걸맞은 서비스와 의료정보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환경변화에 따라 공단도 가입자를 단순한 피보험자로 다루던 태 도에서 벗어나 소비자주의, 가입자(소비자) 친화적인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게 됐다. 건강ㆍ질병정보 서비스 강화 공단은 올해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소비자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둔 가입자지원사업을 전개하는 등 적극적인 보험자 기능을 수행해나갈 방침이다. 공단은 가입자인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 정보를 목적에 맞게 잘 제공할 경우 의료소비자는 물론이고 의료 공급자의 바람직한 행태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우선 가입자에게 의료공급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의료기관ㆍ서비스 선택 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시행 첫해인 올해에는 장비ㆍ인력현황 중심의 정보를 제공하고 점차 그 범위를 넓혀나갈 예정이다. 이미 이달 초부터 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건강검진 내역을 조회하고 건강연령을 파악, 생활 습관 등 개선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건강위험정도서비스’에 들어갔다. 내년에는 국내외 건강 관련 사이트 등에서 수집ㆍ분류한 양질의 건강관련 정보를 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할 계획이다. 합리적 의료이용 지원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달리 주치의제도나 단골의사제도가 없고 의료기관의영리추구ㆍ과잉진료 경향이 강하다. 의료서비스 과다이용 현상도 그 결과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입자인 국민의 합리적 의료이용에 초점을 맞춘 사례관리사업과 다빈도진료자계도사업 등 가입자보호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공단이 지난 2002년 하반기부터 시행해온 사례관리사업은 복합적인 건강문 제를 가진 고위험ㆍ고비용 환자들에게 조력자, 서비스 제공자ㆍ조정자, 상 담가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재원기간ㆍ의료이용량을 줄이고 서비스의 연속성ㆍ편익증가 등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에는 고혈압ㆍ당뇨ㆍ뇌졸중 등 3개 질환에 대해 80개 지사로, 오는 2006년까지 전국의 모든 지사로 사 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의료 오ㆍ남용자에 대한 적극적 계도사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소비자의 합리적 의료이용을 유도하고 건강보험 재정의 공동관리의식을 고취시켜 나갈 것이다. 가입자 상담 및 고충처리 그동안 공단은 시민ㆍ소비자단체에 비해 많은 정보와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입자 보호활동을 위해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의료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의사와 환자간의 정보 불균형으로 인해 어떤 형태로든 환자의 피 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항상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건강보험 가입자인 의료이용자는 영리추구 경향이 강한 의료공급자가 아닌 대리자(agent), 즉 보험자로부터 보호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법률상 보험자인 공단은 이러한 역할을 별로 수행한 적이 없었다. 공단은 올해 의료이용방법 등 문의에 답해주고 의료이용 과정에서의 불편사항에 대한 피해구제를 위해 사이버 건강ㆍ고충상담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 아울러 대형 의료기관에 ‘건강보험안내센터’를 운영, 의료현장에서 상 담활동 등을 벌여 가입자들의 만족도를 높여나가기로 했다. 의료소비자단체들과 의료이용자의 대표적 불만사항에 대한 공동조사를 실시하고 각종 캠페인을 실시하는 등 상호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의료사고 를 당한 가입자들에게 처리절차를 안내하는 등 지원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공단은 기존의 협소한 보험자 기능에서 벗어나 21세기 건강보험제도의 백년대계를 위한 적극적 보험자 기능을 재정립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공단 가족들은 새로운 가입자 지원서비스를 발굴ㆍ수행해 ‘보험료 부과ㆍ 징수기관’이라는 오명을 씻고 ‘국민에게 다가가는 서비스 제공기관’ ‘ 가입자를 위한 진정한 보험자’로 우뚝 서는 그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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