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최근 올해 SDS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임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을 실시했다. 지난 16일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는 임원 175명이 「디지털 시대의 경영자상」이라는 주제로 한 신입사원의 강의를 경청했으며 신세대들 사이에 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크래프트와 DDR 경연대회를 가졌다.회사의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만 있다면 위 아래라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준 극명한 사례다. 인터넷 시대에 걸맞지 않는 권위, 연공서열 등의 허울을 벗어던지자는 「벤처 마인드」가 대기업에도 깊숙히 파고들고 있다.
◇직급체계가 무너진다=조직이 팀 중심으로 대폭 개편되면서 직급이 단순화되고 있다. 대리, 과장, 부장이라는 기존의 직급대신 매니저, 스페셜리스트 등으로 전문화된 직급이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SK상사. 이 회사는 직급과 호봉체계를 완전히 파괴하기로 했다. 직함을 없애고 팀장과 팀원으로만 팀을 구성하는 신인사제도를 올해내에 시행할 계획이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인 아더 앤더슨은『승진제도를 유연하게 정비하는 것이 디지털 혁명시대의 살길』이며『유능한 직원은 근무 연수에 관계없이 고속승진, 최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한다.
효성도 최근 사원-대리-과장대리-과장-차장-부장 등 6개 직급체계를 애널리스트- 스페셜리스트-매니저-시니어 매니저 4단계로 변경했다. 연공서열을 철저히 파괴, 능력위주로 인사제도를 이끌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임금체계도 완전히 탈바꿈한다=근속연수에 따른 호봉의 개념이 사라질 전망이다. 격변하는 경영환경과 시장이 이전에는 상상하기 힘들던 임금 체계의 변경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301개기업 직원 1,505명을 대상으로 연봉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8.9%가 선후배간 「임금역전」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후배사원이 선배들보다 능력에 따라 훨씬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며 선배들도 이를 용인하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다.
스톡옵션도 임금체계 변화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디지털 인재의 경우 파격적인 스톡옵션을 받게돼 이전에 상상할 수 있었던 부(富)를 수년내에 한꺼번에 잡을 수 있게됐다. 97년에 처음으로 국내에 선보인 스톡옵션은 지난해말 현재 상장사는 6.4%, 코스닥 기업은 10%가 채택하고 있다.
◇나도 사장이 될수 있다=SK상사는 유망한 신규사업을 벌일 때 사원들에게 우선적으로 참여기회를 주고 있다. SK상사는 지난해말부터 인터넷 전문가를 사내에서 공모했으며 5년내 전 임직원을 계약제로 전환시켜 억대 연봉자를 100명이상 키워낼 방침이다.
삼성물산내 벤처사업 전담부서인 골든 게이트는 벤처 투자시 관련 실무 사원들에게 회사투자액의 5% 한도내에서 지분 참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골든게이트 팀의 구성원은 13명. 이들은 누구의 간섭도 없이 독자적으로 행동한다.
대학, 연구소, 벤처기업 등 자기만의 네트워크를 유지하며 투자기업을 물색하고 정보를 교환, 투자결과로 임금과 능력이 결정받는다. 한 업체당 10억원까지 투자가 가능해 「소(小)사장」이나 다름없다. 삼성물산은 2005년까지 100개의 자회사로 분사시킬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 직원들 중 상당수가 수년내에 자회사 고위 임원으로 승진할 기회가 많아졌다. 일반 사원에서 자회사의 주인으로 도약하는 셈이다. 특히 분사는 임금보상의 수단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기존 체제에서는 파격적인 고임금을 지불하고 승진이 어려웠던 만큼 분사라는 형식을 통해 억대 연봉을 지급하고 직급을 높여줘 인재를 붙들어 매겠다는 전략이다.
최인철기자MICHE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