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에게 우호적인 이른바 ‘친손(親孫)’ 인사들과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산실역할을 했던 ‘안국포럼’ 출신 한나라당 4ㆍ9 총선 당선자들이 최근 각각 만찬모임을 가졌다.
이에 대해 계보정치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 여야 정치권에선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친손학규 인사들이 늦어도 7월 열릴 예정인 민주당 전당대회의 당권경쟁을 앞둔 시점에 한자리에서 대규모 만찬을 했고 안국포럼 출신 당선자들도 이 대통령이 “친이도, 친박도 없다”며 계보정치 청산의지를 밝힌 직후 모임을 가졌기 때문이다.
친손측 인사 20여명은 지난 13일 저녁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4ㆍ9 총선 이후 처음으로 친목을 겸한 모임을 가졌다. 이를 놓고 당내에서 “단순한 친목모임”, “세력화를 위한 신호탄”이라는 갑론을박이 이뤄지고 있다.
이번 만찬에는 손 대표를 비롯해 정장선ㆍ조정식ㆍ전병헌ㆍ신학용ㆍ김동철 의원 등 총선 당선자와 임종석ㆍ우상호ㆍ정봉주ㆍ한광원ㆍ이기우 의원 등 낙선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회동에 대해 손 대표가 비록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출마하지 않겠다”, “소계파나 분파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친손 인사들이 일종의 결사체로서 앞으로 당내에서 일정한 역할을 모색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의 신호탄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돈다.
안국포럼 상근자 출신인 백성운ㆍ조해진ㆍ권택기ㆍ강승규 한나라당 당선자 등 4명도 지난 14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2시간 가량 만찬을 겸해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국포럼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퇴임 직후인 지난 2006년 6월말 열었던 개인사무실로 지난해 대선 경선 승리를 이끌어내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안국포럼에 한 때 적을 뒀던 인사들까지 합하면 안국포럼 출신 당선자는 10명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낙선한 ‘안국포럼 졸업생’들까지 규합하면 당에서 충분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력 규모다.
이에 따라 이들이 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내에 하나의 소모임을 결성해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이날 모임에 대해 “그냥 밥 먹고 앞으로 잘하자”는 취지의 모임이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