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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매출 10조를 달성한 이랜드 그룹은 향후 10년을 위해 다시 지식을 화두로 삼았다. 이랜드 그룹은 지난 1999년부터 경영 목표로 삼았던 '지식경영' 덕분에 불황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을 지속해 왔다는 판단에 따라 앞으로도 '지식경영'의 기조를 유지하되 그 주체인 사람에 보다 초점을 맞춰 기업을 꾸려나간다는 방침이다.
회사를 구성하는 인재가 보유한 지식을 효과적으로 합쳐 전체를 위한 밑거름을 만들어 내는 이랜드 그룹의 '지식경영' 전략은 성과관리나 인재발탁, 지식확산을 위해 사업부는 물론 개별 부서들도 직원 개개인이 성공과 실패에 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승진과 보상, 포상 등 사내에서 이뤄지는 인사 과정과 밀접하게 연결돼 직원들이 개인을 위한 지식활동에 열성을 기울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사람의 힘을 믿고 따르는 '지식경영'은 수많은 성공사례를 낳았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바로 지난해 말 중국 상하이에 이랜드 그룹이 첫 선을 보인 스파오 1호점의 성공스토리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곳은 문을 연 지 사흘 만에 매출 7억 원을 올려 첫 달 목표한 매출의 1/3을 훌쩍 뛰어넘었다. 진출 1년 전부터 사업부별로 성공한 사례를 사내 전산망에 기록하고 이를 공유하는 시스템인 'BP(Best Practice)'를 적극 활용한 덕분이다. 스파오 론칭팀은 준비하는 동안 BP를 통해 중국 사업부의 대표 브랜드인 이랜드와 티니위니, 플로리, 스코필드 등의 주 단위 베스트 상품을 모두 분석해 성공 요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중국 등 해외 법인직원들도 '지식경영'을 활용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중국 이랜드 법인장은 매장 혁신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3개월 간 중국의 22개 도시와 81개 백화점, 총 719개 매장을 직접 발로 뛰었다. 매장 관리자급 직원만 4,400여 명을 만났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다양한 지식을 축적하는 프로젝트는 그룹 내 연간 4,000여 건에 달한다. 기업비밀로 지정돼 신사업 육성이나 M&A에 적용되는 중요한 지식도 5%를 차지할 정도다.
이처럼 제 몫을 십분 해내는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이랜드 그룹은 입사한 직원이 리더가 될 때까지 각 직책에 필요한 역량과 직무를 배울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프로젝트와 현장경영을 바탕으로 펼쳐진 지식경영에서 한 발 나아간 것으로, 소수만이 아니라 모든 직원들이 자신의 직급과 직무에 맞는 체계적인 교육 커리큘럼이다.
우선 신입사원은 총 10주의 교육을 거쳐 경영 이념과 문화를 익힌다. 특히 이들은 마지막 한 주는 이랜드의 최대 시장인 중국에 직접 방문해 글로벌 시장의 치열함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실무에 투입된 직원들은 직능에 맞춘 교육을 받는다. 우선 실무 직원들은 직급이 올라갈 때마다 실시 되는 승진교육, 이랜드식 MBA교육 등도 필수다. 특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핵심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PM(Project Manager)스쿨'을 운영하기도 한다.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리더들에게도 리더십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는 이랜드 그룹의 인재육성 프로그램은 인재경영의 또 하나의 축이다. '3X5 CDP(Career Development Path)'라고 불리는 이 인재활용제도는 사원에서 임원까지 3년마다 승진, 입사 15년 후에는 임원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성별이나 나이, 학력과 상관없이 직무에 맞는 역량만을 승진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처럼 이랜드 그룹의 인재경영은 성장에 대한 동기부여를 우선시한다. 본인에게 맞는 직무를 스스로 지원하고 역량을 검증받는 '사내공모제도'와 '스카우트 페스티벌'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이나 미국, 일본, 유럽 등 사업을 확대해나가는 사업부로도 언제든지 진출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둬 직원이 자신의 강점을 적재적소에서 내보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랜드는 올해 중국·유럽·미국 등 해외에서만 3조 1,000억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전체 매출에서 해외에서 벌어들인 매출비중이 30%를 처음으로 넘길 전망이다. 지식경영이라는 돛을 달고 순항 중인 이랜드는 올해도 각국에 SPA 브랜드를 진출시키고 새로운 유통채널을 확장, 콘도와 호텔을 체인화하는 등 공격적인 전략을 수행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애슐리' 지식경영의 산실로 우뚝
매일 아침 매장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할 때마다 패밀리 레스토랑 애슐리는 '지식경영'이 구체화 된 경영 현장이 된다.
이랜드 그룹의 애슐리는 매장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고객이 음식을 먹고 마실 때 느끼는 맛을 세분화한 뒤 매장 집기의 색상이나 그릇의 진열 각도, 토핑 개수, 고객 동선 등을 정할 때 축적돼 있는 직원들의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릇을 올려놓는 방식이나 집기 세팅방법 등 세세한 부분까지 이랜드 그룹만의 지식공유 프로그램인 'BP(Best Practice)' 시스템에 노하우가 축적돼 모든 직원에게 공유된다.
아울러 매장의 청소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는 법, 고객 불만 제로인 집기를 선택하는 방식 등 매장운영을 위한 기초적인 지식도 BP에 축적돼 이랜드 그룹의 역량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랜드 그룹은 그룹 내 지식 저장고라 할 수 있는 'CKO실'을 운영하고 있다.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매장을 열 때 모든 직원은 경험이 축적된 CKO의 지식을 제일 먼저 살필 정도다. 부서끼리 잘 만든 지식을 판매하는 일도 가능할 정도로, 지식의 확산과 적용이 활발하다.
이처럼 2000년대 이랜드 그룹의 성장을 주도한 '지식경영' 전략은 최근 들어 대졸 관리직뿐 아니라 매장에서 발로 뛰는 현장 판매직까지 확대되고 있다.
매장의 판매지식은 총 8개 영역으로 나뉘어 관리되고 있으며 한국은 물론, 중국이나 일본, 미국 등 해외 각국의 사업장에서도 타깃 고객이나 유통채널, 지역별 지식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장 판매직은 개인에 따라 지식경영 시스템 안에서의 성과 차이가 크게는 3배 이상도 난다"며 "성과 지속성에서도 역시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개인 생산성 차이에 따른 차별화된 보상 제도도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