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올 새로운 FTA 추진 없다"

정부 당분간 숨고르기<br>濠·中과 협상 미뤄질듯


경제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동시 다발적인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구축이 당분간 '휴식기'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올해는 새로운 FTA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7일 "FTA 협정문 번역 오류 문제에 따른 직원 피로도 증가에다 기존에 발효된 FTA 협정문의 재검독 작업 및 보완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며 "올해 새로운 FTA 추진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협상 마무리 단계에 있는 한ㆍ호주 FTA와 협상 개시 직전에 있는 한중 FTA도 다소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호주는 국내 쇠고기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미국ㆍ유럽연합(EU)과의 FTA에 대한 경계감을 나타내왔으며 중국도 최근 원자바오 총리가 "우선 협상을 개시하자"고 촉구했다. 정부가 FTA 추진전략에 있어 한 템포 쉬어간다는 방침을 마련한 것은 먼저 한ㆍEU FTA 협정문 번역 오류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여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통상교섭본부 등 주요 경제부처에서는 해당 직원이 여러 국가와의 협상을 담당하면서 업무가 과중돼왔는데 번역 문제까지 덮친 상황이다. 특히 최근 들어 번역 오류 책임 문제를 놓고 "각 부처에서 제대로 협조해주지 않아 서운하다"는 외교부와 "평소 비밀주의 식으로 추진하다 문제가 생기자 책임을 떠넘긴다"는 타 부처 간 책임공방으로 내부 갈등 조짐까지 생기고 있다. 또한 지난해 말부터 농가에 불어닥친 구제역 피해로 농민들의 상실감이 큰 상황에서 시장 개방을 하게 될 경우 정권 말기 민심에 크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도 반영됐다. 호주와 FTA를 체결하면 호주산 쇠고기 진입이 늘어나게 되고 중국과의 FTA는 미국 이상으로 우리 농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따라서 정부는 일단 협정문 번역 작업을 포함해 EUㆍ미국과의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전념할 방침이다. 전문가들도 FTA 전략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그간 'FTA 체결'에만 너무 매달리다 보니 실제 효과가 떨어지거나 제도적으로 미비한 점에 대한 개선이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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