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1월31일] 일방적으로 폐기될수 없는 남북합의

북한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통해 남북기본합의서의 무효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폐기를 선언한 것은 한반도의 긴장을 크게 고조시킬 게 분명하다. 북한의 이번 선언에는 일단 지난 17일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직접 대남 전면대결 태세를 공언한 연장선상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더욱 압박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특히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미국의 대북특사로 거론되고 있는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대사 등 민간 전문가들의 방북이 임박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데 북측의 저의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조평통 성명에 남북기본합의서를 근본적으로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이 무효와 폐기를 주장하는 대상에 경제협력 조항은 제외돼 있지만 남북경협이 군사적 보장조치가 없다면 지속될 수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개성공단의 운영 등이 악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 반세기 이상 실질적인 해상군사경계선 역할을 했던 NLL 관련 조항의 폐기선언도 서해상에서의 군사적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술수에 이용당하지 않도록 당국의 보다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경제적 성격이 강했던 1차 서해교전이나 북한 군부의 보복적 성격이 컸던 2차 서해교전과는 달리 앞으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면 상황이 보다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남북기본합의서 등 남북 간 합의는 오랫동안 쌍방의 합의로 이뤄진 만큼 일방의 주장에 의해 폐기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또한 우리 정부는 항시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으며 북한을 돕겠다는 분명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북한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더 얻어낼 이득은 없다. 북한은 남북 긴장조성 행위를 즉각 철회하고 대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정부도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말려들지 않도록 한반도 안정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한미 우호관계를 강화해나가는 한편 대화와 협력을 위한 유연한 대북정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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