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시중銀 가계대출 전격 중단, "사전에 공지도 안하고…" 주택자금 못내 발동동

■창구 스케치<br>금융당국 옥죄기에 갈 곳 잃은 서민들 대부업체로 내몰아

"대출 받아 나쁜 짓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생계형 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데 일방적으로 대출을 막아버리면 서민들은 어디 가서 대출을 받으라는 겁니까. 게다가 이런 중요한 일을 사전에 말해주지도 않았어요. 배신감이 치밉니다." 일부 시중은행이 신규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8일 오후2시 농협 서울역지점. 막 대출상담을 끝내고 나서던 김대협(가명)씨의 얼굴에는 수심을 넘어 분노가 가득했다. 김씨는 이날 개인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 전세대금 부족분을 개인신용대출로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그러나 일언지하에 대출 불가 판정을 받았다. 신용등급이 문제가 된 것도 아니었다. 대출상담직원은 은행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씨는 "10년 넘게 거래를 해온 고객에게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분노를 넘어 배신감을 느낀다. 거래은행을 바꿀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풍경은 곳곳에서 벌어졌다. 특히 은행들의 무성의한 대응은 고객의 분노를 배가시켰다. 은행들은 신규대출을 제한하기에 앞서 고객들에게 어떤 공지도 하지 않았다. 기존의 대출상담자에게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는 하지만 잠재적 대출수요자들에게는 내용 안내가 없었다. 홈페이지에도 관련 내용 게재가 이뤄지지가 않았다. 신한은행 명동지점에서 만난 조영숙(가명)씨는 "미리 안내라도 해줬다면 넋 놓고 있다가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신상품이 출시되면 전화해서 가입을 종용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중적 행태에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어 "만기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러 왔는데 다른 대출을 받든지 아니면 대출을 해줄 수 없다는 말만 한다"며 "이는 고객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덧붙였다. 은행 직원들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당장 주택담보대출이 필요한 개인이나 운전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중소기업인 등이 대출을 받지 못하면 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대출상담직원은 "어떻게든 대출을 받아야 하는 고객들은 높은 이자를 감안해서라도 캐피털이나 대부업체로 갈 수밖에 없는데 이를 알면서도 대출을 해줄 수 없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며 "우리로서는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태가 금융 당국의 미숙한 일처리와 고객을 제물로 삼아 간접적으로나마 당국에 반기를 든 은행권의 합작품이라는 점에서 양쪽을 싸잡아 비난하는 목소리가 크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이 대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본업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데 그만큼 금융 당국의 옥죄기가 거셌다는 것"이라며 "애꿎은 고객들만 고래들 싸움에 피해를 보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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